새해 첫 날 아침!
세뱃돈으로 몇 가지 선물을 마련하여 나자로 마을로 갔다. 새 천년 아침의 축복을 제일 먼저 나누고 싶은 두분 양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새털처럼 가볍고 상쾌했다.
손발이 비록 잘려나가고 오그라들고 온갖 장애를 다 지니고 있어도 그 영혼이 맑고 투명하여 내 생애의 절반을 기도의 생명수로 채워주신 두분을 나는 아빠 엄마라 부른다.
나는 양부모님께 새 천년의 축복을 제일 먼저 받고 싶었기에 큰 절을 올리는 그 마음에 감사를 가득 담았다.
아버지께서는 다 낡은 지갑에서 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내게 건네시며 『자 우리 수녀따님 세뱃돈 드려야지』하시자 양어머니께서 한마디 거드신다. 『왜 당신 세뱃값만 드려요? 내 몫도 꺼내야지!』아버지께서 허허허 웃으시며 『그렇지! 그렇지』하고 또 한장의 세뱃돈을 꺼내 주신다. 거디에다 미사 때 헌금내라고 빳빳한 천 원짜리 두 장도 주셨다.
수 십 년을 받기만 하고 살아 온 두분이 언제부터인가 줄 수 있는 기쁨이 얼마나 큰 지를 알게되고 그 줄 수 있는 대상이 내가 될 때 그 기쁨은 두 배가 되나보다.
「나환자」하면 대개의 경우 동정심이 먼저 일어나 무엇인가를 주려고 한다.그러나 그분은 거지가 아니다. 내게는 아버지이고 어머니이시다. 24년동안 나는 두 분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을 선물로 받았는지 모른다.
슬플 때는 위로를, 괴로울 때는 기도를, 기쁠 때는 축하를 받았다. 80년만에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어봤다며 놀라워하는 그분께 강냉이, 군고구마, 붕어빵을 사들고 가면서 느낀 기쁨도 내가 받은 큰 선물이었다.
그런 아버지께서 5년전 장례를 치를 준비를 하라는 말기암 선고를 받았을 때 나는 울면서 하느님께 아직은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 떼를 썼다. 나는 아직도 그분의 기도와 보호가 필요한 어린아이인가보다.
새 천년의 아침에 두 분과의 인연을 감사드리며 하느님 아버지께 또 욕심스런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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