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휴가가 다가온다. 매년 찾아오는 시간이지만 휴가를 당하는 것과 휴가를 누리는 것은 다르다. 현대인들은 바쁜 것이 능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쉬지 않고 열심히 바쁘게 일하는 것을 성공의 비결로 꼽는다. 쉰다는 것은 게으르고 나태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과연 바쁘게 열심히만 산다고 성공하고 행복한 것일까? 잘 쉬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깨닫는다면, 일하는 것이 쉬는 것 같고, 쉬는 것이 일하는 것 같은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될 것이다.
쉼을 갈망하는 첫 번째 부류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고되고, 몸과 마음이 지쳐 어떻게 해서든지 그 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사람이다. 어디로 달려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앞만 바라보며 달려왔고, 최선을 다해 일했으므로 휴식이 필요하다.
두 번째 부류는 쉼이 즐겁고 좋은 사람이다. 쉼이 창조적이고, 삶을 얼마나 재밌고 보람 있게 해주는지를 깨닫고 있는 사람이다. 마치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것이 바로 이때를 위해 있는 것처럼 쉼을 누린다.
세 번째 부류는 아무 생각 없이 오는 휴가를 맞는 사람이다. 그저 내게 다가온 휴가를 남들에게 적당히 있어보이게 하고, 가족들에게 원성을 듣지 않을 정도로 방어적으로 보내는 사람이다. 여러분은 이 가운데 어떤 유형인가?
그동안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면, 쉬어야 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쉴 때가 됐다. 그 이상 하는 것은 고생이다. 적당한 휴식을 갖지 않으면, 영원한 휴식이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 휴가는 아름다운 쉼과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준다.
세 번째 부류처럼 아무 생각 없이 휴가를 당하며 보냈다면, 이제는 생각 있는 휴가를 만들자. 그 휴가가 우리를 새롭게 이끈다. 휴가의 쉼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은 쉼을 간절히 원하게 되고, 또 그 쉼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면, 휴가를 잘 준비하는 지혜가 생긴다.
휴가라 하면 산이나 바다를 먼저 떠올린다. 자연을 벗 삼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쉼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 주님 안에서 영성을 회복하고 성숙해지는 시간으로 쉼을 활용하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 속에서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인생이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운지 발견하는 쉼을 만들어야 한다. 쉼을 통해 우리 인생이 얼마나 기쁜지, 얼마나 창조적인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얼마나 감사한지를 깨닫게 된다면,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놀라운 축복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휴가를 어디론가 떠나는 것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다. 도시를 떠나고, 집을 떠나는 것으로 휴식을 시작한다. 하지만 떠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것이 쉼의 본질이다. 그리스도인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고 새 힘과 평안을 얻는 것은 하느님 품에 있을 때이다. 그래서 쉼의 방향은 얽매이는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데 있다. 우리가 진정 찾아야 하는 쉼은 영적인 쉼이다. 쉼의 핵심은 먼저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과 더불어 지내는 것이다.
정신없이 달려온 삶에서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고, 그동안 연약했던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 충분한 침묵과 기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느님의 손길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자연 안에서 그 분을 만나는 것도 소중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쫓기듯 가는 휴가, 그릇된 휴식문화에 휩쓸려 보낸 시간은 오히려 우리를 더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이제는 정신없이 살아온 일상에서 벗어나 주님 안에서 영성을 회복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 속에서 우리를 향한 주님의 뜻을 발견하는 알찬 휴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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