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은 남다른 재능을 가진 천재들이나 대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물론 위대한 발견은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발견도 발견 나름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는 발견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어떤 발견이건 무조건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사소한 발견이라도 발견이 나오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실은 이 조건이라는 것은 지금 이렇게 글을 써나가는 순간 머리에 떠오른 (발견한) 것인데,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발견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관심은 사랑에서 나온다. 그러니 결국 넓은 의미에서 사랑이 발견의 조건이다.
우리가 인생을 뜨겁게, 정성되게 사랑한다면, 살아가는 도중에 힘들이지 않고 많은 발견을 할 수 있다. 하루하루 자라는 아기가 너무도 소중한 엄마 아빠의 육아일기 같은 것에는 아마 페이지마다 작은 발견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하나도 자랑삼아 하는 얘기는 아닌데 나도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자자고로한 발견을 해왔다. 아마 독자 여러분이 들으면, 그런 것도 발견이냐고 하실는지 모르겠으나 발견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다. 생각나는 대로 나의 발견의 항목을 적어보겠다.
시간은 공간의 그릇. 영원은 시간의 그릇.
365일 하루하루가 계절이다.
가만히 응시하니 모든 돌이 보석이었다.
똥오줌이 짙을수록 수박국물이 붉다.
깨달음은 길지가 않다.
예수님, 당신은 진실로 시인 중 시인이십니다.
못 고치는 병에 걸리면 꽃 나라의 의사를 찾으라.
좀 싱겁긴 하다. 허지만 노상 듣는 소리도 아닌 이런 것도 발견은 발견이다. 그런데 사실은 위에서 열거한 보기는 모두 내가 쓴 시구(詩句)를 옮겨 놓은 것이다. 이것도 실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왜냐 하면 시에는 언제나 발명의 요소와 발견의 요소가 들어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가 발견다운 발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역시 ‘작품성원리’다. ‘작품성 원리’를 다시 한 번 간략하게 정의(定義)해보면, ‘사람은 숙명적으로 (동의하든 않든) 인생이란 작품 한 편을 남기고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다.
인생은 일정기간 어딘가에서 숨쉬면서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거나, 아니면 가만히 있거나 하면서 살아나간다. 이것이 고스란히 쌓여서 한 거대한 구상적 추상적 작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값이면 아름다운 인생의 작품을 가꾸어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이 원리의 취지다. 이 작품을 감상하실 분은 존재를 다스리시는 크옵신 그분 한 분 뿐이시다. 그리고 이 ‘작품성원리’가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렇게 떠든다.
그 다음으로 내가 기분좋게 생각하는 나의 발견은, 식물의, 그러니까 나뭇잎이나 풀잎은 ‘반투명의 막(膜,film)’이라는 사실이다.
혹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독자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처음에는 알고 모르고의 문제 자체가 없었다. 그냥 무심의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지적이 있음으로해서 처음으로 풀잎이나 나뭇잎이 반투막(半透膜)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의식(意識)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무엇이고 반투막은 빛이 그것을 통과할 때 그 황홀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나뭇잎을 새는 햇살을 볼 때 (하나도 눈이 시지 않다) 그것은 어떠한 보석보다도 더 눈부시다. 가을 단풍잎에 햇빛이 스미는 광경은 또 얼마나 고운가. 어떠한 루비가 저렇게 매혹적일까. 세상에 저렇게 큰 루비가 어디에 있는가. 초록의 또는 홍옥의 빛의 다발. 저것은 빛과 빛깔의 황홀한 합작품이다.
다음에 기회를 봐서 ‘반투명’의 본질 및 사상(思想)에 대해서 또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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