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이 열린 2001년 정초. 오늘 우리는 새로운 세기의 희망과 비전을 가슴에 품기보다는 몇 년만에 내린 폭설과 한파, 그리고 여러 해 동안 우리 가슴을 조이게 하는 경제 불안 속에서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간신히 IMF 위기를 극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미래는 산 넘어 산이다. 그 와중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을 뼈져리게 느껴야 하고 서민들은 극도의 긴축 생활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더 어려운 이들을 생각해야만 한다. 가난을 겪고 의식주 걱정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치명적으로 훼손하는 일인지를 잘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수십 년 전에 극도의 가난을 경험한 바 있다. 전쟁의 황폐함 속에서 온 국민은 주린 배를 움켜줘여야 하는 비참함을 겪어야 했었다. 어린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제대로 크지도 못했고 길가에는 거렁뱅이들이 넘쳐났었다.
그때 우리 국민들의 허기를 그나마 채워주던 따뜻한 손길의 하나가 외국 원조였다. 돌이켜보면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외국 교회의 원조를 받아 굶주린 이들을 도울 수 있었고 많은 복지 사업과 개발사업에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이제는 우리가 가난한 나라의 굶주리는 이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비록 지금 우리의 형편이 어렵고 힘들다고 할지라도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비참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 대한 자선과 도움의 손길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한국교회는 지난 1992년부터 해외원조를 시작했다. 매년 1월 마지막 주일 2차 헌금을 통해 조성된 기금은 해외교회의 원조를 위해 적립되어왔다. 이 기금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와 동구의 여러나라들을 위해 지원된다.
전세계 기아의 현황은 참으로 심각하다. 기아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10억이며 비록 굶어 죽지는 않더라도 극도의 빈곤상태에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20억이다. 세계 인구 60억의 절반이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매년 2000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말 그대로 굶어죽고 있다.
사랑은 행동이다. 신앙 역시 행동이다. 사랑과 믿음은 하나이며 이는 곧 사랑의 실천으로 구체화된다. 행동하지 않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가 가슴 속의 사랑, 믿음의 요청하는 헌신적인 사랑은 삶으로 실천돼야 한다.
비록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이 매우 어렵고 힘들다 할지라도 그야말로 주먹밥 하나가 없어 굶어죽어가는 아프리카의 어린아이들, 그 비참한 모습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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