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나, 어떤 음시을 차릴까?」 손님 맞을 준비에 마음이 분주했다.
아니 분주하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마음이 잡히질 않았다. 2001년 1월 1일 시집온 지 8년만에 처음으로 집에서 40여명의 손님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
당숙 어른들부터 8촌에 이르는 형제와 시누, 조카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한해를 마무리하며 친목을 다지기 위한 종종 친목모임인 「종친회」순서가 온 것이다.
모임 일정은 매년 1월 1일 이지만 대부분 12월 31일부터 모여 덕담과 함께 남자들이 셋 이상 모이면 한다는 동양화(?) 두드리는 일로 밤을 새워왔다.
손님들의 뒷수발을 해야할 음식을 준비하는 일도 그려 하려니와 8살, 7살 난 두 딸과 20개월 된 막내아들 데리고 작은 아파트에서 큰일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에 며칠 전부터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이러한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큰 형님이 휴가를 내어 만두속을 만들어 이틀 전에 내려와 주었고 둘째 형님이 밑반찬을 만들어 놓았다고 전화가 왔다.
또한 감기몸살로 참석도 못한다는 셋째 형님이 동치미와 백김치, 그리고 나물재료를 가지고 갑작스럽게 드이 닥쳤다. 생각지도 못하게 형님들이 음식을 만들어 온 것은 물론, 모자라는 음식은 미리 온 형님들이 서로 도와가며 만들기 시작했다.
동서간의 단합된 사랑의 모습 속에 손님을 위한 음식준비는 여느 종친회 때완느 달리 의외로 풍성한 잔치상이 마련되었다.
방문했던 친척들은 배불리 먹고 잘 쉬었다 간다며 한마디씩 축원을 하고 돌아갔다.
「어떤 음식을 차릴까?」하는 생각은 한갓 기우에 불과했다. 이번 일로 인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함께하는 사랑은 기쁨임을 느끼게 했다.
이제 설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여자들에게는 설날이 아니라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고 남자들 뒷수발을 들어야 하는 선날(=서 있는 날)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가족 모두가 작은일부터 사랑으로 함께 나눈다면, 설날을 성가정의 시작인 축제의 터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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