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 대한 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요즘 며칠간의 폭설로 온 거리가 빙판이다.
골목길에서 차들이 헛바퀴를 돌리는 소리가 요란히 들릴 때마다 오늘도 수많은 차들의 안전을 기원해본다. 이 추운 날에 행상인들과 구걸하는 이들이 어떻게 지낼까?
어린 시절 얼음이 얼면 썰매타기에 신바람이 났다가도 집에 오면 아랫목에 두 손을 엏고 얼었던 손을 녹이느라 옥신거리면 으앙! 울음을 터뜨리던 일이 생각난다.
그럴 때면 할머니께서는 『아이구 내 강아지! 할미가 호오 해줄께』라며 입김을 불어 녹여 주셨다. 그러면 마음이 따뜻해져 어느새 할머니 품에 기대어 잠이 들기도 했다. 할머니는 그럴 때면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이 엄동 설한에 얼어죽는 거지들은 얼마나 많을꼬!』라고 말했다.
음력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향에 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교통대란을 이룬다. 그들은 언 손을 녹여 주시던 우리 할머니 그리워하는 나처럼 타향살이에 찌들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러 가는가 보다.
이 추운 날에도 엄마처럼 도시락을 싸서 소년 소녀 가장을 찾는 사람들. 지나가는 사람들 빙판 길에 넘어질새라 일 삼아 얼음을 깨고 눈을 쓸어 내는 사람들, 명절에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싸면서 흐뭇해하는 객지사람들, 사람에게 고향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분단 50년이 지나도 고향을 그리는 이산가족들, 그들에겐 지난날의 따뜻한 추억이 소중히 가슴 언저리에 간직돼 있어 수많은 날들을 돌이켜 보고, 되새겨 보면서 그리움을 키워왔기에 더욱 절절한 고향의 향기가 스며있는 것이다.
이 추운 날에 우리 서로 마음 기대며 속마음 열고 따뜻한 온정을 나누며 산다면 우리의 나날은 날마다 설날이 아닐까? 오늘의 슬픔과 기쁨을 너와 나의 것에서 우리의 것으로 나누어 가질 때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 되고 사랑하는 자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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