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월 2일이 오면 주님의 봉헌 축일을 맞아 가정에서 한해 동안 기도할 초를 축성하고 미사 중에 사용할 제대초를 봉헌하기도 한다.
많은 수도회들이 이 날을 기하여 서원 갱신 미사를 하거나 종신서원식을 거행한다. 그리하여 이날은 많은 수도자들이 자신의 일생을 주님께 봉헌하는 날이기도 하다.
아기 예수를 산 비둘기 한 쌍과 더불어 성전에 봉헌할 때 시메온은 하느님께 감격 어린 기도를 바친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봉헌하는 마리아에게는 『당신의 가슴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라고 경고한다.
세미온의 예언처럼 마리아는 예수님의 공생활 동안 예리한 칼에 찔리듯 수많은 고통을 체험해야 했다.
수도자의 봉헌도 마찬가지다. 종신서원은 단 한번의 봉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생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깎아 내는 고통을 헤첨하는 가운데 끊임없는 자기 봉헌으로 완성되어지는 작업이다.
예술가가 자기 영혼을 깎아 한 작품을 완성하거나 나가듯 하느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지기 위하여 날마다의 삶에서 모난 것이 깎이우고 구르고 채이면서 하나의 작품으로 변모되어 가는 가운데 조금씩 죽음을 체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의 봉헌이 하느님께 유익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유익을 위하여 하느님의 이름으로 우리의 삶이 봉헌되는 것일까? 서원 때의 순수함이 죽는 날까지 이어진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봉헌인가!
사람들은 수도복만 보아도 존경심을 표한다. 그러나 수도복이 우리를 거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거룩함으로 채워질 때 봉헌은 완성되어지는 것이 아닐까?
수도복 안에 감춰진 우리의 나약성은 하느님의 모습과 이웃의 모습을 영광스럽게 빛내기보다 얼마나 자주 그 아름다움을 일그러지게 하는지 모른다.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우리의 봉헌이 완성될 수 없다는 인간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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