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이 샐때까지 안셀모의 통증이 없게 하소서!』이 기도는 교회병원 성당의 「기도노트」에 적힌 어느 환자 보호자의 간절한 소망이다. 참으로 고통 중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바람은 단 하나, 치유의 은총뿐일 것이다. 특히 생명이 격각에 달한 임종환자의 경우 그 절박함은 더할 것이다.
오늘 2월 11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은 바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 위한 제9차 세계병자의 날이다. 이 날은 예수 그리스도가 고통받는 이들에게 보인 관심처처럼 교회도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병자의 날은 고통받는 이들을 돌보는 데 헌신하는 수많은 기관들에게 기도와 수원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교회의 이름으로 병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많은 사제들과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한다. 동시에 가장 힘없는 사람들과 고통받는 투병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올해 세계병자의 날 담화를 통해 『병원, 보건소, 양로원, 기타 고통받는 이들을 돌보는 모든 기관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특별한 장소』라고 지적하고 『바로 이러한 곳에서 희망의 복음 메시지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스도교 3천년기를 시작하면서, 「보건계의 복음화」를 새롭게 추진하라』는 권고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의료인들의 사목적 활성화와 조직화를 통해 본당의료사목에 참여하는 특수한 사도직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에 적극 찬동한다. 질병의 치유에 있어서 총체적 간호가 필요할 뿐만아니라 특히 종교적 영적 간호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일원인 이웃의 고통에 동참하며 전문적 치료공동체인 병원과 협력해야 한다. 실천가능한 본당들부터 지역의료사목을 시도하는 것이야 말로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에 따라 영육의 치유를 함께 하는 전인적 ㅅ사목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병자의 날은 고통의 신비를 다시금 묵상케하고 실천적인 봉사를 재촉하고 있다.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사물의 가치를 파악할 수 없다. 어떻게 피로가 없이 휴식을, 슬픔이 없이 그쁨을, 어둠이 없이 빛을, 미움이 없이 용서를, 오류가 없이 진리를 알 수 있을까 묵상해봐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육신에 고통을 겪게 하심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세상 사람들의 필요를 느끼게 한다는 점을 깨닫도록 하자.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욱 많이 사랑하라. 그리고, 더욱 많이 기도하라」는 가르침의 의미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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