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박해 순교 200주년 기념기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주관해 2월 2일 오전 11시 서울 주교좌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우리는 1년 동안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을 묵상하며 그 길을 따르기로 다짐해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0년전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오로지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하느님 나라에 대한 신념만으로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지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갔다. 하지만 순교자들은 그저 무의미하게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간 것이 아니다. 그 삶과 영성은 끊임없이 되살아나서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지표가 되고 믿음은 모범이 된다.
한국교회는 이들 신앙의 선조들을 기리고 그 장엄한 뜻을 되살리기 위해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미 103위 한국 순교 성인이 탄생했고 이제 또 다시 한국교회 초기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새로운 세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금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을 기념하는 기간을 갖게 된 것은 우리에게 더욱 의미가 깊다. 순교자들은 복음을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섰다. 매일 매순간 하느님의 계명을 따라 삶을 선택하고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진리를 깨달아가면서 선조들의 죽음까지도 하느님께 향한 사랑을 막을 수 없음을 알았다. 그리고 선조들은 마침내 순교의 영광에 도달함으로써 더욱 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갔다. 우리는 천년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세기, 새 천년을 맞으면서 은총의 대희년을 지냈다. 세기의 전환기를 맞아 우리는 우리 삶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복음을 우리 한가운데 모시는 근본적인 변화의 때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순교자의 삶과 영성을 더욱 깊이 묵상하고 그것을 삶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 그야말로 순교의 의미는 피 흘려 죽은 행위에서가 아니라 그가 살았던 믿음과 삶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순교자가 순교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보여주었던 엄청난 믿음과 삶의 모범이 바로 오늘날 우리 신자 생활, 교회 생활안에서 드러나야 한다.
순교자 현양의 의미는 우리가 순교의 삶을 매일매일 살아나가겠다는 다짐이다.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성당 문을 나서면 신앙과 동떨어진 삶이라면 거기에서 우리는 순교자의 후손이라는 흔적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의 가장 빼어난 특징은 바로 순교자의 후손이라는 사실, 순교의 영성이다.
그야말로 한국교회 신앙의 근본은 바로 순교자의 정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혹독한 박해를 오로지 신앙으로 견디어내고 마침내 한국교회의 초석을 마련한 선조들의 순교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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