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사에 근무하다 퇴직한 한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근무할 당시 누구보다 신문에 대한 열정이 깊었던 선배였다. 퇴직 후에도 우리 신문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던 그 선배는 필자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의 말을 남겼다. 선배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아직도 식지 않은 신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담겨 있어 가슴에 팍팍 꽂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뜩 초심(初心)이란 말이 떠올랐다.
‘초심’. 처음 가졌던 소중한 마음이다. 가장 순수한 시절의 열정, 하지만 가장 잃기 쉬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초심이다.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나또한 잃어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필자에게도 초임 기자시절이 있었다. 하나의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 취재부터 기사마감까지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 쏟았던 때였다. 단신기사 하나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해 몇 번이나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고민했던 시절이었다. 힘들었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보다 좋은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당시 취재수첩에 적어두었던 글귀를 찾아보았다. ‘겸손하자’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 ‘항상 밝은 얼굴로 취재원을 대하자’ ‘기자로서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말씀을 독자들에게 전한다는 마음 간직하자’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도록 마음을 다지자’ 등이다.
이 글귀들은 선배들에게 보고 배우고 느꼈던 것들을 적어두었던 것들이다. 글귀를 읽다보니 당시 적었던 상황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그때의 순수하고 결연한 의지가 다시 새겨진다. 그리고 스스로를 반성한다.
어려운 일을 맞게 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과 흥분, 기대, 의욕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 출발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유쾌하다. 점점 나태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져가는 자신을 채찍질하는 가장 좋은 단어는 초심일지 모른다. 처음에 품은 그 마음은 신선하다. 처음 입사한 사원은 새로운 마음을 갖고 회사에 출근한다. 신혼부부는 행복한 삶을 상상하며 좋아하고, 기대감을 갖는다. 그 마음이라면 절대로 이혼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큰 그릇의 사람이 되려면 가꿔야 할 세가지 마음이 있다고 한다. ‘초심’, ‘열심’, ‘뒷심’이다. 그 중에서도 ‘초심’이 중심을 잡고 있으면 ‘열심’, ‘뒷심’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겸손하면서도 배우려는 마음, 어린 아이와도 같이 욕심없는 순수한 마음, 첫 사랑과도 같은 순결한 마음, 그것이 ‘초심’이다. 하지만 순수한 설렘으로 시작한 일들이 한 번, 두 번, 성공을 거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초심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위험요소를 맞게 된다. 겸손함 대신에 교만함이 자리를 잡게 되고 ‘열심’, ‘뒷심’ 대신에 ‘욕심’, ‘근심’, ‘의심’이 더 크게 자리를 잡게 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늘 ‘초심’과의 거리를 점검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만큼 초심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의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항상 가슴에 담아야하듯이, 정치인이 국민과의 약속을 소중이 여겨야 하듯이, 사제가 서품 받았을 때의 마음가짐과 각오를 되새겨야 하듯이, 신자들은 세례 받을 때 주님께 약속하고 기도했던 그날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살겠다던 그 마음이 어느새 자기중심으로 변했다면 신앙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그동안 나태했던 각자의 삶을 성찰하고 처음의 마음으로 신앙도 일도 충실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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