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중구 대청동에 있는 가톨릭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오른발은 압박붕대로 칭칭 처참하게 묶여져 있고 골수암으로 오늘 대수술할 예정입니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기도생활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나서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사랑과 용서, 희망과 가난한 봉사의 실천이 무엇인지를 체험했습니다.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뒷모습이 왜 아름다운 것인지도 알았습니다. 보물보다 더 좋은 것인지 왼쪽 눈을 실명하고 나서야 체험했습니다. 두 눈을 주어도 고마운 줄 모르고, 두 발을 선물했음에도 당신의 뜻을 실천하지 못한 것을 뼛속 깊이 깨달았습니다. 용서하소서. 오늘 하루도 내 입술 속에서 나온 너무 많은 말들을, 내 가슴 속에서 나온 부끄러운 고백들을. 들꽃처럼 살게 하소서. 기쁠 때는 눈을 감고 당신을 향해 기도하고, 외로울 때는 슬픔의 힘으로 당신의 이름을 부르게 하소서.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올 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아름다운 이 아침에 울면서 알았습니다. 아무리 걸어가도 당신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아무리 노래 불러도 당신에게 들리지 않겠지요.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해야 살아서 별이 되겠지요. 슬프고 아름답게 사랑하며 살아서 꽃이 되겠습니다. 오늘도 나는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처럼 괴로워했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지도 못하고,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을 잠들기 전에 용서하지도 못하고 그리운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습니다. 사랑이 끝난 뒤에야 사랑하였다고 고백하고, 바보처럼 눈물의 나무 한 그루도 심지 못했습니다.
당신 안에 있으면 가진 것이 하나 없어도 행복합니다. 당신 안에 있으면 차라리 바보가 되어도 좋습니다. 당신 안에 있으면 할 말이 하나 없어도 그냥 그대로 고요해서 너무너무 좋습니다. 사랑이여, 사랑이여.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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