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가 천주교와 개신교 성직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13∼15일 전남 구례 피아골 피정집에서 마련한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피정 모임’은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현주소와 그리스도인들의 몫을 돌아보게 한 자리였다.
비록 2박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뤄진 피정이었지만 이번 행사가 지닌 의미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그간 두 종단 지도자들 간의 만남과 교류가 적잖게 이뤄져 왔지만 한 종단이 형제 교단의 전통적인 프로그램에 함께하며 깊이 있는 나눔으로 이어간 사례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이 주목 받은 이유는 피정이라는 무겁지 않은 만남을 그리스도인 일치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로 외연을 확장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전망까지 함께 고민할 수 있을 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가톨릭교회가 교회일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869년 교황 비오 9세가 제1차 바티칸공의회를 개최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가 개신교와 본격적인 대화에 나선 것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1964, Unitatis Redi ntegratio)을 통해 교회론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림으로써 일치운동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이후다.
한국교회 역시 지난 1965년 7월 주교회의 산하에 일치위원회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교회 일치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모색과 노력을 통해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은 새로운 지평을 넓혀왔다. 그러나 우리 안에는 여전히 서로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들이 남아 있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자기 종교 내부의 관심사에만 매달려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과 거부감이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여러 통계들을 통해서 볼 때, 신자들은 일치운동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미흡하기 그지없다. 이런 가운데 근래 교회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이런 흐름이 일반 신자들에게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해서는 더 많은 난제들을 풀어가야 하지만 일치 회복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대화와 협력의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일치의 의미와 필요성을 알고 느낄 수 있도록 특별히 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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