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인 과학의 발달로 인간 복제가 일 이년 내에 실현된다고 한다. 무릇 상상의 세계가 공포의 현실로 눈앞에 바짝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공상과학소설인 「멋진 신세계」에서 처럼 인간은 이제 인공적으로 제조되고 대량생산마저 가능하여 더 이상 고유의 이름조차 필요없게 될는지도 모른다.
중단 없는 전진을 외치며 질주하는 기계문명의 성장만이우리에게 장미빛 미래를 가져다 주는 것입니까.
요즈음 아침에 눈을 뜨면 쉴새없이 들려오는 클릭, 닷컴 따위 단어들의 홍수 속에서 길 잃은 미아가 되어 어리둥절하고 있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처럼 말이다.
나는 화상 전화가 싫고 이메일이 싫다. 전선을 통해 들려 오는 목소리에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상상하는 기쁨과 희열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원고를 직접 가져다주며 던질 수 있는 몇 마디의 헛소리, 뭐 그런 여유의 맛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기계화되어 가는 시류에서 벗어나 불편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원시 사회로 돌아가고 싶다. 그렇다고 내가 현실을 증오하는 염세주의자는 아니다. 나 역시 펜이 아니라 자판을 두드리는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으며 인터넷의 문도 열고 닫으며 정보사회에 적응하려고 애는 쓰고 있지만 편리한 문명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더 존중하며 자유로운 영혼을 몹시도 사랑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각형의 화면에 즉각 떠오르는 세련된 편지보다는 잉크를 통해 느껴지는 미세한 영혼의 떨림에 감동을 받는다는 것이다. 구겨진 종이 위에 어려 있는 불안의 그림자와 희미한 눈물 자국, 뭐 그런 것을 더욱 사랑한다는 것이다.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물살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둔 밤의 숲 속에서 정령들과 더불어 호흡하고 신들의 영혼과 교류하는 진정한 인디언이 바뀐 세상에 모든 것을 뿌리친 채 홀로 외로이 남아 모닥불을 피워 놓고, 날으는 독수리와 말을 나누고 달리는 늑대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영원을 꿈꾸는 자유, 나는 그러한 영혼을 무척이나 동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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