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수년전의 일이다.
반년 정도 연재되던 기획물 때문에 신문사가 안팎으로 부산을 떨던 때가 있었다.
『가톨릭신문사가 이래도 되는거냐』는 막무가내 식의 공격에서부터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성 메시지도 더러 있었다. 때론 『기획 의도야 좋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교회공동체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젊잖게 타이르는 이도 있었다. 당시 신문사에 전달된 의견들은 그 계층 만큼이나 각양각색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 와중엔 『가톨릭신문이 오랫만에 속시원한(?) 기획물을 시도했다』며 격려해주던 말도 분명 끼어 있었다.
6개월 정도 계속되던 그 기획물은 자의반 타의반 오래 가지 못하고 끝을 보고 말았다. 바로 지난 95년도에 시도됐던 「나는 왜 냉담했나」시리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시리즈는 사실 기획 당시부터 많은 우려를 낳았었다. 신앙생활을 쉬고있는 이를 찾아내는 일에서부터 신문사의 의도를 전달하고 인터뷰 장소에까지 나오게 하는 일, 이 모든 것이 그리 쉽게 풀려나갈 사안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담당 가지들을 긴장시킨 것은 당사자의 주장, 혹은 항변이 과연 얼마만큼 객관성을 띠고 전달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경험에 기인한 그의 현실을 어떻게 하면 가감하지 않고 전달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이런 점에서 신문사로선 꽤나 모험을 건 기획이었다. 취재에 나선 기자들에겐 교회와 신앙생활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널려진 사사로운 경험들 가운데서 그래도 객관화할 수 있는 소재들을 가려내는 이해력과 판단력이 요구됐었다.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다. 면화가 나가지 않은 시점에서 제보전화가 이어졌다. 그와 더불어 항의성 전화도 만만찮게 걸려왔다. 때론 보람을 느끼며 설레임도 맛보았지만 더 많은 경우에 좌절을 감수해야 했다. 취재 기자가 원고를 쓰는 과정에서 미리 자신의 기사를 예단하고 재단해버리는 일이 다반사로 생겼다. 너무 예민한 소재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원고가 사장(死藏)되기도 했다. 더욱 실망스러웠던 것은 보다 많은 수의 격려와 공감 의지를 확인하면서도 이를 불편해하는 몇몇의 소수 의견들 때문에 괴로워하던 일이었다.
「교회언론」은 매우 자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기로에 선다. 진부하게 들릴진 몰라도 이는 「교회」와 「언론」이라는 두가지 명제가 합쳐진데 따른 결과다. 교회언론(어디까지를 그 범주로 볼 것인가는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은 따라서 매우 독특한 이중적 성격을 갖게 딘다.
그러나 「언론」앞에 붙은 「교회」라는 말이 언론인으로서의 짐을 덜어주기 보다는 오히려 책임의 무게를 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교회 언론은 잘 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언론의 역할이 비판과 비젼제시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전달과 의견수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의무다. 제대로 된 비판은 발전을 지향할 때 빛을 발한다. 건전한 비판이 용인되지 않은 곳에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은 초등학교 교과서적인 얘기다.
『잘못했다』는 말 보다는 『잘했다』는 말이 넘쳐나는 언론, 『시정해보자』는 말 보다 『자랑스럽다』는 말이 넘치는 언론이 과연 얼마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을런지.
열린 마음, 열린 교회의 모습은 멀리서가 아니라 공동체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부터 절실히 요구된다. 너무나 쉽게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 보이고 있는 오늘의 한국교회, 모두가 자성(自省)해볼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추스릴 수 있게 해준 인천 H신부님의 글(본보 2월 4일자 방주의 창)에 감사드린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