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서쪽 남쪽은 대서양, 동쪽은 아일랜드 해와 세인트 조지 해협과 맞닿아 있는 섬나라 아일랜드는 한국교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선교사들의 이미지 등 때문인지 무언가 친숙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는 듯하다.
최근 수도원 순례 취재차 방문한 아일랜드는 그런 마음에서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움을 갖게 했다.
알려진 대로 아일랜드는 역사 안에서 매우 굴곡진 삶을 가진 나라다. 6∼8세기에는 수도원을 중심으로 필사본 문화의 꽃을 피우는 등 고유의 아일랜드 정신 문명을 형성해 나갔지만 12세기 중엽부터 잉글랜드 웨일즈 지방에 발붙인 노르만인들의 침략을 위시하여 17세기 들어 영국이 아일랜드 전체를 식민화하는 과정을 거쳤고, 그로 인한 영국의 수탈과 핍박을 겪어야 했다.
특히 영국왕 헨리 8세의 수장령 이후 가해진 가톨릭에 대한 탄압으로 오랫동안 종교 전쟁의 시련을 치러야 했다. 또 160여 년 전 감자 대기근으로 100만 명 이상이 아사하고 그만큼의 숫자가 다른 나라로 이주해 가야 했던 ‘슬픈 아일랜드’의 이력을 지니고 있다.
교회 역사 안에서 눈여겨 볼 것은 그러한 영욕의 세월 안에서도 굳건히 지켜온 신앙의 모습이다. 특히 헨리 8세 이후 45년간의 엘리자베스 여왕 통치 시절, 가톨릭에 대한 박해로 남은 주교가 거의 없어 대다수 주교좌성당이 주교 없이 운영됐을 만큼 심각한 신앙적 위기를 접했던 당시 처형에 맞서 굳건히 신앙을 수호했던 아일랜드 성직자들의 용기는 훗날 가톨릭이 더욱 강하게 뿌리 내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 후 ‘부활 봉기’와 ‘아일랜드 내전’ 등 고난의 시간을 경험하면서 가톨릭은 아일랜드 국민들의 하나의 종교로서 뿐만 아니라 하나의 국민 요건으로 간주되었고 개인적 신심이 아닌 공동의 정체성 문제로 이해되어질 만큼 깊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현재 그같이 막강한 신앙의 저력을 지녀왔던 아일랜드 교회는 ‘셀틱 타이거(Celtic Ti ger)’라고 불리며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일어난 거센 세속화 현실 앞에서 현저히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여러명 사제들의 추문으로 인해 교회와 성직자들의 권위도 급속히 추락된 상황이고 젊은이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처지다. 외신에 따를 때 주일 미사 참례자의 숫자가 불과 5%에 그치고 있고 일부 경우에는 겨우 2% 정도에 머물고 있다.
최근 더블린의 한 고위 성직자는 이러한 아일랜드교회의 현실에 우려를 금치 못하면서 문화 및 경제적 변화에 따른 세속화, 특히 그로 인한 교회와 젊은이들간의 괴리 현상을 깊은 고민거리로 내놓은바 있다.
아일랜드의 교회 관계자들은 위기의 이면에 자리한 보다 큰 문제는 ‘그리스도인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결여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6월 ‘성찬례: 그리스도와의 친교, 서로와의 친교’를 주제로 더블린에서 열리는 제50차 세계 성체대회는 그런 면에서 아일랜드교회에 새로운 신앙 쇄신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일신(一新)의 도정을 향한 새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천여 년 넘게 이어온 신앙의 역사를 안고 있으면서도 세속화 물결 앞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아일랜드교회의 모습은 앞으로 한국교회가 어디로 가야하고 어떤가치로 살아야 할지를 가늠해 보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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