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기자가 다니는 본당 주임신부님이 교중미사 때 “일 년에 판공성사가 세 번”이라고 말하자 신자들이 의아해했다. “부활판공, 성탄판공, 또 하나가 뭔지 아세요?” 신자석에서는 잠깐이지만 길게 느껴지는 침묵이 흘렀다. “여름휴가 판공입니다.” 주임신부님이 뜸을 들이다 답을 내놓자 신자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휴가기간이 끝나면 고해성사 드리려는 신자들이 부쩍 늘어서 판공성사를 치르는 것 같다고 했다.
기자도 휴가를 앞두고 “휴가 계획 세웠어?”, “휴가 때 어디 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주변에서는 “휴가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거나 “휴가가 오기를 벼르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여럿이다. 일 년에 한 번인 여름휴가인데 주일미사 한 번 정도 빠지는 것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듯하다. 휴가철이 되면 유명 휴가지 인근의 성당 정보가 주보에 실리곤 한다. 휴가지에서라도 꼭 주일을 지키라는 의미일 것이다. 여름휴가를 즐길 권리가 주일미사를 드려야 할 의무보다 강한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성당이 가까이 있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군종교구 담당인 기자는 현역으로 자대에서 24개월을 복무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군종사제가 집전하는 미사를 드려보지 못했다. ‘60만 대군’과 전국을 관할하는 군종교구에 사제가 100명을 넘지 않으니 군종사제를 가까이 하고 군생활 하는 장병은 특별한 하느님의 축복을 받았다고 여기며 부러워했다.
다행히 부대 밖 ‘민간인 성당’에 갈 수는 있었다. 그것도 주일 일직근무자(사령)에게 어렵게 허락을 얻어야 했고 성당까지는 남도의 보리밭 사잇길을 한 시간씩이나 걸어가야 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한 때였다. 휴가를 어디로 떠나든 한 시간 이내 거리에는 성당이 있을 테니 ‘여름휴가 판공’을 드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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