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수녀님의 소개로 얼마 전 대자 한사람을 얻었다.
일을 핑계로 한참을 만나지 못하다 이제 더 이상 제체하면 얼굴조차 잊어버릴 것 같아 처음으로 함께 식사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었다.
조기신앙교육?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자녀들의 신앙생활에 대해 묻는 순간「뭔가 잘못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그날 오후 내내 머리가 무거웠다.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스스로 신앙을 선택하도록 해주고 싶어 아직 영세를 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자 본인이야 비록 이번에 영세하게 됐지만 부인의 경우 독실한 신심을 가진 어머니 밑에서 유아영세를 했을만큼 열심한 집안에서 성장한 터였다.
대자의 거리낌 없었던 대답을 듣고서 주위 사람들에게 반문해본 결과 상당히 많은 젊은 부부들 중에서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확신 없는 신앙으로 이끌었단 말인가.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많은 교육을 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조기교육을 다해서 영어와 수학, 바둑, 피아노 등 한 살이라도 더 일찍 교육을 시키기 위해 안달을 할 정도다.
그러나 그 교육들의 경우 일단은 부모가 선택해서 자녀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부모의 선경험으로 봐서 늦게 교육을 시키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일찍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에 자녀들의 의지나 선택에 관계없이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신앙은 예외인가. 「내가 가져서 아주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판단되면, 「생명을 주신 그분을 따라 사는 삶이 정말로 값지다」고 생각한다면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그처럼 값진 신앙을 전해주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으로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닫고 삶이 더욱 풍부해 졋다면 맨 먼저 해야할 일이 자녀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신앙을 전해주는 일이 아닌가.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의미를 부모들이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그렇기에 자녀들에게 「이것이 신앙이다」하는 확신을 심어줄 수 없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 확장
나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신앙이기에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수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부모들 중 자녀들을 유아세례 시키겠다고 하는 응답이 52% 정도로 낮다는 결과를 접한 적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48%의 부모들이 믿음에 대한 확신이 없이 자녀들이 성장해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거나 첫영성체 시기가 된 뒤에 영세를 시키겠다는 것이다.
통계를 좀더 세밀히 살펴보면 젊은 부모일수록, 학력이 높고, 부유할수록 유아세례를 받게 하겠다는 응답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요즘 부모들이 스스로 확신이 없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하고 싶다.
또다른 문제라면 교회가 그들 부모들을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며 영성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좀더 배려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하느님 나라 확장은 언제나 중요한 몫이고 그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하느님 나라 사람들이 하느님을 좀더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더욱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갈수록 점점 비어지는 듯한 신앙의 속을 채워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