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리퀘스트」라는 TV 프로가 있다. 이 프로는 참으로 막막한, 희망의 싹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어려운 사정을 현장으로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이 천원의 전화 걸기를 청하는 프로였는데 이 세상의 온갖 형태의 불행은 다 모여 있었다.
수많은 질병과 결손 가정들 그리고 지독한 가난 나는 이 방송을 보면서 불공평한 신, 겹치기의 불행, 잔인한 운명 등등의 생각들이 마치 찻잔속의 폭풍처럼 내 머리 속을 뒤흔들어 놓고 있음을 느꼈다.
고린토 후서에서 사도 바오로의 말처럼 우리가 교만해질까봐 가시로 찌르는 것 같은 병을 주시는 주님, 내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완전히 그러난다고 하시는 주님, 누구나 그런 자기만의 십자가를 지니고 산다지만 저들에게 저토록 암담한 시련을 주시는 주님의 숨은 뜻은 무엇인가. 이것은 혹시 주님의 뜻이 아니라 하늘에서 지상으로 떨어진 추락 천사인 루시퍼 즉 데블의 소행은 아닌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은 지상의 지옥이지만 외형적으로 불행해 보이는 저들은 그대로 절망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저들을 위하여 이런 프로도 만들어지지 않는가.
이 프로를 보고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있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 이렇게 희망의 싹을 심어주는 이들이 있는 한 세상은 지옥이 아닌 것. 주님은 이렇게 사랑을 주신다.
흐르는 눈물 위로 어렴풋이 숫자가 보인다. 전화 한 통을 걸어주면 자동으로 천 원이 입금된다고 한다.
전광판의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작은 겨자씨가 거대한 나무로 쑥쑥 자라나는 것만 같다. 적은 누룩이 밀가루 빵을 온통 부풀어 올리듯이 시들은 에쎄 나무 등걸에서 싹이 터 무성히 자라나듯이, 비록 천 원이지만 이 돈이 모여서 저들에게 조그만 희망의 싹이 될 수 있다면 겨자씨는 어느 푸성귀보다도 커져서 공중의 새들이 날아와 그 가지에 깃들일 만큼 큰 나무가 될 수 있고 작은사랑은 가장 큰 사랑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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