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인간게놈 지도가 완성되어 공개되었다. 전세계의 모든 언론이 앞다투어 이 사실을 보도했고, 완성된 인간게놈지도가 앞으로 미치게 될 여러 영향들에 대해 수많은 기사들을 내놓았다. 인간게놈이란 인간의 유전정보 전체를 일컫는 개념으로서 여기에 인체의 모든 신비가 담겨있다고 할만큼 인간게놈지도가 완성되었다는 것은 인간 생명과 건강에 관한 모든 신비가 과학적, 체계적으로 밝혀질 시기가 매우 가까이 왔다는 의미이다.
사실 생명과학분야에서 이 사건은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핵에너지의 발견이나 수레의 둥근바퀴의 발명 이상의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인간게놈지도가 완성됨으로써 인간의 완벽한 유전자지도가 만들어질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또한 인간 생명의 신비라든가 신체의 모든 신비를 모두 환하게 밝힐 수 있는 가능성을 던져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은 곧바로 인간의 질병 퇴치 연구에 큰 전환점을 마련함으로써 인간의 질병 유발 원인을 알아내게 하고, 나아가 인류가 지금까지 극복하지 못했던 불치의 병들이 속속 정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다준 것이다. 치매라든가 당뇨병, 고혈압, 파킨스씨병과도 같은 불치병의 극복도 이제는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고질병을 유발시켰던 유전자가 어떤 것이고, 각 개인별로 유전자의 어떤 차이로 말미암아 건강의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내고 그것을 적절하게 조작함으로써 질병의 완치와 건강의 회복이 가능하게 된다니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러나 이러한 놀라움 이면에는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또하나의 놀라움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곧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으로 유전자정보가 공개되고 또 조작되는 차원에서 위에 열거된 모든 일이 가능해진다고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그림자를 함께 볼 수 있어야만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으로 피부와 머리색깔 등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밝혀지면 이제 원하는 피부색, 개성있는 머리색깔을 선택하는 등의 맞춤인간이 가능해질 것이고,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면접에서도 이 직장에 필요하다, 아니다를 유전자 진단의 결과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이 세상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에 대한 유전자 진단이 이루어진다면 낙태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유전적으로 완벽한 인간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은 동시에 유전적으로 가장 열악한 최하위 인간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한데, 이는 지금까지 인류가 수천년을 살아오면서 노력해온 인간평등, 인권의 문제를 다시 백지화시키는 역사의 퇴보를 가져오는 우를 범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인간게놈지도 완성의 개가라는 환성보다는 윤리적, 법적 측면에서의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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