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집중호우로 많은 생명을 잃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선량한 민간인과 공무원과 군인들이 불철주야 구슬땀을 흘리며 긴급구호 활동과 응급복구 작업을 펼치고 수재민 돕기 후원에 힘쓴 덕분에 피해를 줄이고 고통과 슬픔에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다.
언론보도에 “104년 만에 최악의 물 폭탄”, “서울지역에 내린 585mm의 강우량(3일 동안)은 1907년 기상관측 이래로 약 900년 만에 큰 강우” 등 항구적 대책을 못한 인재를 천재지변으로 몰아 면죄부를 주려는 의혹도 있고, 중앙정부에 재난관리시스템이 부재했다는 비판도 있다. 연례행사처럼 피해를 입고 나서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임시변통과 미봉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고통과 부담을 떠넘기려다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잘못을 범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고, 긴급복구를 명분으로 편법처리와 비리가 파고들어서도 안 된다. 비록 늦었지만 좀 더 과학적이고 항구적 방재대책을 강구하여 귀중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
이러한 실정에서 하느님의 빛과 말씀의 에너지로 살아가는 믿는 이들에게 노아의 홍수와 무지개의 표징을 재발견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성경을 살펴보면 홍수의 원인과 지속가능한 수해방지대책의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수는 악에 대한 경고의 말씀: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 그래서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 홍수를 일으켜, 하늘 아래 살아 숨 쉬는 모든 살덩어리들을 없애 버리겠다(창세 6,5-17)”고 하셨다. 이처럼 홍수는 하느님께서 악해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말씀이다.
창조목적과 조화를 살려야: 악은 성경 말씀(창세 1,26-24)에 나오는 하느님의 창조목적과 조화의 질서를 어기는 인류의 타락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 하느님 닮은 모습을 아전인수식으로 빙자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지도자가 난무할 때가 없지 않았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라는 말씀을 역행하여 산아제한과 낙태로 성비와 연령대별 인구분포에 불균형을 조장하여 사회문제와 병리현상과 비용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생물을 다스리고 보호하기보다는 포획하고 멸종시키고 있다. 생물에게 푸른 풀을 양식으로 주기보다 인공 사료와 심지어 동물의 뼈다귀 분말사료를 먹여 광우병 같은 신종질병을 발생시켰다. 인간의 먹을거리가 과다한 육류섭취로 기울고 안락한 주거와 쾌속한 이동을 추구하다보니 에너지 과소비로 화석연료의 고갈과 환경오염을 가속시키고 있다. 곡물을 길러 동물에게 먹이고 이 동물의 고기를 먹는 것은 100배의 농토와 5배 이상의 물을 사용하게 되며 곡물 에너지의 90%를 잃게 된다. 하느님의 창조목적과 조화를 살려 채식을 하고 축산을 하지 않으며 유기농을 하고 서로 협력하며 음식을 나눈다면 온 세상의 기아와 빈곤을 퇴치할 수 있고 동물학대와 질병과 전쟁을 막고 기후변화와 홍수를 잠재우며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본다.
무지개 계약은 하느님 사랑의 징표: 하느님께서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복을 내리시며 말씀하셨다. “이제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준다. 다만 생명 곧 피가 들어 있는 살코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 남의 피를 흘린 사람에게 나는 사람의 생명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당신 모습으로 사람을 만드셨기 때문이다. 내가 땅 위로 구름을 모아들일 때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나타나면, 나는 나와 너희 사이에, 그리고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 사이에 세워진 내 계약을 기억하고, 다시는 물이 홍수가 되어 모든 살덩어리들을 파멸시키지 못하게 하겠다(창세 9,1-17).” 이는 우리가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생태계를 보전하시는 하느님의 빛과 말씀을 교훈으로 살아갈 때 우리의 시야에 하느님 사랑의 징표인 무지개가 나타날 것이라는 말씀이다. 무지개는 빛과 물방울이 공중에 공존하고 비가 그칠 때에 나타나는 현상이며 하느님께서 세운 계약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철 따라 알맞게 비가 내리고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것은 하느님과 우리가 지켜야할 상호 계약이다. 우리가 그 계약을 충실히 지킨다면 물의 심판도 불의 심판도 면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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