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까지 뚜렷한 조사결과도 없고, 대책도 없다. 게다가 처음 증언했던 스티브 하우스씨는 지난 7월말 한국에 와서 당초 주장한 곳과 다른 곳을 매립 현장으로 지목했다. 그동안 엉뚱한 곳만 조사했다는 한숨을 넘어, 더 늘어났을 주민들의 불안감이 걱정된다.
그래도 주민들은 믿는 구석이 있다. 캠프 캐럴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생활하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도자들이다. 신앙이 있건 없건 주민들은 검은 옷의 성직·수도자들이 진상규명에 앞장서는 모습에 무척 든든한 모양이다.
이런 와중에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진상규명 활동이 오히려 지역주민들의 불안을 조장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왜 수도자들이 기도는 안 하고 정치에 관여하느냐”는 불만의 소리 또한 드세다.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고, 오해를 종식시키는 길은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는 것뿐이다. 그 일은 정부가 해야 하고, 정부의 활동이 미비하면 지자체가, 그 또한 부족하면 지역 주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왜관수도원의 활동은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밝혀야만 하는 ‘지혜와 진리의 소명’으로 살아가는 종교인의 당연한 도리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 신앙인들의 소명이기도 하다. 하느님께로부터 정의·평화를 추구하며 생명을 지켜나갈 소명을 받은 신앙인들은 이 세상의 ‘희망’이 돼야 한다.
“우리가 참여해서 뭘 얻자는 게 아니죠. 사람, 땅, 물, 공기 등 모든 생명의 고통과 함께한다는 거죠. 하느님과 통교하는 사람들이 옆에 사람들이 죽어도 가만히 있는 것은 위선입니다.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문제입니다”(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고진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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