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왔다. 봄이 시작되고, 눈앞에 보이는 사물들도 새롭게 변화되는 계절이다. 겨우내 짙은 회색 빛이었던 나무의 색깔이 조금씩 푸른색을 띠어가고, 가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 보인다. 유독 눈이 많았고 추웠던 겨울도 계절의 바뀜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사람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모든 사물이 생동감을 되찾는 듯 하다. 움추렸던 몸이 펴지고, 시야가 밝아지고, 주위의 모든 것이 살아있다는 것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계절이 성큼 나가온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봄을 생기있고 또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고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은 사계절 중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계절 또한 봄이라고 한다. 자살은 일종의 절망의 행위이다. 곧 깊은 절망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봄이라는 계절에 주위의 모든 활기있고 생명력있는 사물들을 대할 때 오히려 자신의 절망스런 처지가 더욱 절망스럽게 느껴지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스스로를 자살로 내몰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사물은 이렇게 생명력이 넘쳐나고 있는데 나는 왜 희망이라든가 새로운 생명력은 전혀 느낄 수 없는가? 이러한 또 하나의 새로이 생겨나는 절망감이 그 사람을 절망의 최종적 행위인 자살로 몰고간다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소설 「악마」에서 자살을 인간이 하느님을 가장 크게 반역할 수 있는 행위로 묘사하지만 오늘날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살의 행위는 하느님을 반역하기 위한 행위라기보다는 어쩌면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원하셨던 인간됨을 향한 몸부림이 잘못된 모습으로 드러난 좌절이나 절망의 행위라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의 수많은 자살 사이트를 통해 사람들이 자살에 관한 정보를 얻어내고, 심지어는 자살거래까지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현실을 인간성 상실의 시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상실된 시대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삶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지친 삶을 살아가는지를 볼 수 있는 눈도 함께 필요하다. 초등학생이 삶을 비관하여 자살하고, 경제난 때문에, 빚 때문에, 그리고 생활고 때문에 고민하다가 자살하는 많은 사람들이 주위를 매우 안타깝게 하는 이 현실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우리 모든 인간은 궁극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고, 또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듯이 인생에서 도움을 받고 또 도움을 주는 것이 삶의 당연한 법칙이라는 것을 거부해서는 안된다.
세상 만물이 새로운 모습으로 멋지게 단장하는 이 봄에 하느님께서 가장 귀하게 만드신 우리 인간도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잘 가꿀 수 있도록 우리 주위의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관심을 보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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