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사회복지 분야에서 만큼은 자타가 공인하듯이 적잖게 공헌해온 교회가 최근 「쪽방」지원사업에 새롭게 나선다는 소식이다.
쪽방이란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1평도 채 안되는 좁은 방을 말한다.
요 몇년간 맹위를 떨친 경제난으로 「일반인」의 시야에 새롭게 들어온 「쪽방」, 그리고 쪽방 거주자의 문제는 그러나 실상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던 일이다.
다만 우리의 관심이, 눈길이 그것에 새삼스럽게 미침으로써 새로운 것인양 보일 뿐이다.
기자가 돌아본 서울역, 영등포역 등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쪽방 밀집지역은 이미 20여년도 더 된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게 대부분이었다.
소독약 냄새가 섞인 역겨운 냄새가 밴 동네, 온통 침침한 40~50년은 됐음직한 낡은 건물들, 그 곳에서 만난 이들은 도시 속의 외딴 섬에 떨어져 사는 이방인 같았다.
『이렇게 살다 가는 거죠』
그 곳에서 만난 일흔을 넘었다는 배모 할아머지의 말은 다른 어떤 아픈 사연보다 가슴을 파고들었다.
가족, 친구, 직업 등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아픔은 희망마저 잃어버리고 사는 체념의 모습이었다.
희망없는 삶만큼 쓰라린 삶이 있을까.
쪽방 문을 나서다 넘어져 유명을 달리한 여인, 그는 이승에서 삶에 한마저 품었을까. 난 지 8개월 된 나영이와 뱃속에 또 다른 아기를 가진 동갑내기 부인과 함께 쪽방에서 살고 있는 강창식(43)씨의 삶은 곤고하나마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아름다워 보였다.
숱한 삶이 엉키고 설킨 이런 풍경은 서울에만 3500여 곳, 전국적으로 8200여 곳에서 매일같이 펼쳐진다. 이런 삶을 일부에서는 뭉뚱그려 「단신 생활자료 유료숙박시설」거주자라 쉽게 부른다. 편의주의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말이다.
실제 이들에 대한 통계조차도 민간기관이 낸 것이 대부분이고 정부에서는 집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임에 틀림없지만 동시에 국민이 아닌 셈이다.
하룻밤 숙박료 5000원을 치르기 위해 앵벌이를 나서는 할아버지, 그는 도시 속의 섬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 속의 섬에 갇혀 지내다 가끔씩 우리에게로 건너온다.
이제 그 섬을 향해 헤엄쳐 가야 할 몫은 우리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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