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성사를 위해 어느 본당으로 가는 도중에 길이 막혀 늦으면 어떻게 하나 잠시 걱정을 했다. 그런데 그 막힌 곳을 지나며 봤던 원인은 다름이 아닌 「가지치기」였다.
그런데 가지가 잘려나간 플라타너스의 모습은 팔 다리를 잃은 상이용사아 다를 바가 없었다. 너무도 초라하고 흉측한 나무의 모습에서 인간의 절제되지 않은 폭력을 보았다.
사람을 위해 도심 속에 심어진 나무들. 이제는 그들의 자리가 넓어지니 그 자리를 줄이려고 얼마 자라지도 않은 가지를 봄을 대비하며 자르는 우리들. 서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자연의 이치를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으로 자연을 대한다면 자연도 우리를 생각해주기보다 자신만을 위한 모습으로 변해가지 않을까?
작년 직장인을 위한 피정 때 잎을 모두 떨군 나무를 보며 이런 묵상을 했었다.
「나무는 크면 클수록 맨 위의 나뭇가지는 얇아지고 부드러워지는구나. 그리고 나무의 밑동이 넓어지고 두꺼워지는구나. 그럼 우리 인간은 어떠한가?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올라가려고 하니 병들고 힘들어하다 끝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구나. 아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연을 닮아가야 한다.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많은 것을 밑에 남겨두고 얇고 부드러운 가지가 되어 위로 올라가는 나무처럼 살아야 한다. 그래서 위의 나뭇가지는 방향을 가리켜 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밑의 굵은 줄기는 바람과 비 그리고 태풍으로부터 위의 나뭇가지를 보호하는 것.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우리의 법칙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시간이 지나면 나무를 심자고 노래를 할 것이다. 자연을 통해 배우고 느끼게 되는 기회가 줄어든다면 인간은 자연히 자연과 멀어질 것이고 자연과 멀어진 인간을 누가 보호해 줄 수 있을까? 며칠 동안은 오늘 보았던 플라타너스의 모습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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