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면서 지칠 때 저마다 한번쯤은 한적하고 고요한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과 꿈을 품은 적이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자연과 가까이 다가가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전원생활과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이 커져가는 법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꿈꾸던 전원생활을 실제로 해보기도 하고 아예 귀농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안고 주일이나 휴일에 시골 마을을 찾은 사람들이 꿈꾸던 낮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올 무렵, 갑자기 매캐한 냄새가 나서 주변을 살펴보고 지금까지의 청정한 시골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중적인 모습에 혼란을 느낀다. 바로 생활 영농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현상인 것이다. 최근 농촌에는 다양한 생산 활동을 위해 제초제 및 농약, 멀칭, 하우스용 비닐 등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용 후 재활용 되거나 회수 되는 것 외에는 수확 후 잔사와 함께 소각을 하고 있으며 생활쓰레기도 반복적으로 소각한다. 연구논문(「농촌문제와 대책」, 허장, 2000)에 의하면 농업인 응답자의 99.1%가 영농쓰레기 및 생활쓰레기를 소각하며, 소각 후 잔여물은 퇴비, 방치, 매립 중 85%가 퇴비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 유해물질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작물에 흡수되어 우리들의 입으로 되돌아온다.
얼마 전 나라 전체가 충격에 휩싸여 한 달 이상 거의 매일 저녁 뉴스 시간대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미군이 수십 년 전 주둔지에 묻은 ‘다이옥신’ 사건이 그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여러 전문가 집단과 다양한 시민 단체들이 나서서 열심히 조사하고 문제 제기를 할 만큼 사건이 이슈가 되는 것은 그 물질이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러한 독성 물질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까지도 여전히 갖가지 치명적인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충격과 공포가 배가된 것이다.
한편 우리의 평화스러운 농촌에서도 여러 가지 생활?영농쓰레기 소각으로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다이옥신과 그와 유사한 치명적 독성 물질이 발생되는데도 정작 그에 대해서는 매스컴이나 환경 단체, 시민단체, 전문가 집단 등 어느 곳에서도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없으니 답답하다. 아마도 그 사건들이 과거로부터 너무 일상화되거나 어느 시간에 잠깐 이루어지는 소규모의 사건이라 생각되어 가볍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러한 무관심과 묵인 하에 오늘도 전국 방방곡곡 우리 농촌의 어느 곳에서든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시시각각 산발적으로 배출되고 있으며 더군다나 그에 대한 일말의 죄의식도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더더욱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과거부터 농촌에서의 쓰레기 소각은 일상적인 일이었고 대부분 유기성 쓰레기가 주였으므로 인체에 비교적 덜 해로운 물질이었으나, 현재 쓰레기 소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쓰레기의 양과 질이 더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물질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에게 다양한 경로를 통한 환경보호 교육이 실시되어야한다. 이미 선악과를 따먹은 우리는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통해서 행동의 통제가 가능하다. 쓰레기를 태우는 행위가 자신과 이웃과 환경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구체적으로 자세히 알게 되면 행동의 변화와 통제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이 된다. 하느님이 주신 물, 공기, 땅, 산, 바다 등 주변 모든 환경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고 미래의 후손과 함께 공유해야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시골에서 생활하는 분들 스스로가 이러한 환경지킴이의 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시골의 환경은 한 층 청정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정부는 과감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현재 도시인들은 비록 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생활 쓰레기 재활용에 대한 제도적인 정착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농촌에서의 생활?영농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도 제도적인 뒷받침과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도 정부차원에서 일부 폐비닐을 수거해가고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며 처벌 위주의 행정으로는 쓰레기 소각을 일일이 막을 수는 없다.
우리는 과거 일제강점기처럼 만주 벌판에서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을 할 수는 없지만 그때와 같은 애국의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나라를 사랑하고 지키는 마음으로 농촌 환경을 지켜야한다. 우선 교우들만이라도 환경보호 의식을 가지고 생활했으면….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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