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백성을 지극히 사랑하는 한 임금이 있었다. 왕은 어느날 현자들에게 만백성들이 귀감으로 삼을 만한 금과옥조를 모아 책을 만들어보라는 명을 내렸다.
수백 명의 현자들은 동서고금의 좋은 말씀들을 모아 12권의 책을 완성해 왕에게 바쳤다. 책을 받아본 왕은 생업에 바쁜 백성들이 언제 이렇게 많은 분량의 책을 읽느냐면서 책을 줄이라고 했다. 현자들이 줄이고 줄여 한권의 책으로 완성하자 임금은 백성들이 알아듣기 쉽게 간단한 말로 요약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다시 몇 달을 숙의한 현자들이 내놓은 결론은 너무나 평범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로 요약되었다고 한다. 동서고금의 그 많은 성현 군자들이 이 간단한 이치 하나를 가르치기 위해 수많은 미사여구를 동원했던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란 이치는 누구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망각한다. 유럽 속담에 “공짜는 쥐덫에 놓인 치즈뿐이다”란 말이 있다. 사과 하나를 얻는데도 땅을 고르고 나무를 심어 가꾸는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하다. 한쪽은 무조건 주기만 하고, 다른 한쪽은 무조건 받기만 하면 어떠한 관계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상호간에 주고받기가 함께 이뤄져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상부상조 ‘품앗이’ 나 ‘두레’라는 상생 협력체 공동생활 슬기를 익혀 왔나보다.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도둑놈의 심보이듯 세상에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 권리가 발생하는 토대는 바로 책임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책임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요령껏 세상을 살라고 권유하고 있다. 어느덧 도덕과 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너무 모른다는 질책을 받는다.
삶이란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이라는 거름이 있어야만 한다. 만일 우리가 소중한 것을 갖고자 하고, 성공하길 원한다면 피나는 ‘땀과 노력’이 눈물이 날 만큼 각자에게서 빠져나가야 한다. 공짜를 바라기 때문에 아프고, 서럽고, 힘겨운 건 아닌지 ….
간절한 자가 더 깊게 우물을 파고 샘물을 얻듯이 우리의 삶과 신앙도 그러할 것이다. 하느님은 모든 생명을 지극히 사랑하시고, 지켜주신다. 인간은 늘 하느님께 받는 존재로만 인식한다. 그러다 어려운 일이 생기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왜 사랑의 하느님께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원망할 때도 있다.
부족한 신앙에다 살아온 인생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깨달은 점은 하느님께 절대로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공짜란 말이 무엇을 바치고, 꼭 무엇을 드려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느님은 멸망할 수밖에 없었던 인류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구원하셨고, 당신의 큰 사랑을 보여주셨다. 우린 구원받은 백성이요, 축복받은 자녀다. 하느님은 구원받은 백성인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제 당신의 백성답게 변화되길 원하신다. 곧 우리의 신앙적, 영성적 성장을 원하신다. 구원받은 자의 신앙과 영성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주님은 당신 자녀들의 신앙 성장을 위해 때론 시험하시고 쓰러질 때 쯤 되면 다시 일으키시면서 우리를 변화시켜 나가신다. 따라서 일상 속에서 내게 어떤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일이 생긴다면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깨닫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엇인가를 받았다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갚아야 할 빚이다. 심는대로 거두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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