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m가 그렇게 먼 거린가? 한 번 해볼만할 것 같은데?”
이때까지만 해도 난 100km라는 거리가 얼마나 먼 거리인 줄 몰랐다. 그냥 숫자로 보니까 얼마나 먼 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인지 나는 자신 있었고 기대되었다. 그렇게 7월 27일 우리들의 행진이 시작되었다.
첫째 날이라 그런지 무난한 것 같았다. 하지만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었다. 걷고 또 걸었다. 이제 슬슬 육체적으로 힘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목적지 한티성지는 어딜까?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던 길이 점점 도착지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 소똥 밭(?)을 지나고, 위험한 계곡 길도 건넜다. 드디어 31km를 걸어 우린 한티성지에 도착했다.
우리의 두 번째 행진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고통의 날 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인내심과 끈기, 정신력이 얼마만큼 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45분 동안 난 정말 지옥문 앞까지 온 느낌 이였다.
45°경사의 오르막길, 오르막길 그리고 또 오르막길. 정말 화가 나기도 하고 눈물도 찔끔 나왔다. 포기하고 싶었다. 근데 옆에서 초등학생들이 열심히 올라가는 것을 보니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금 그 애들 때문에 힘을 내고 올라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침내 정상에 올랐을 때, 공허함과 행복감이 공존했다. 이렇게 22km의 행진을 마쳤다.
세 번째 행진은 제일 무난한 날이라고 들었다. 근데 아니었다. 발에 물집이 잡히고 다리도 아픈 상태에서 산길을 가려니 정말 고통스러웠다. 길에 돌이 많아서 인지 부풀데로 부푼 물집은 온몸으로 아픔을 수시로 보내어 더 힘들게 했다. 제일 짧은 거리였지만 나에겐 힘든 날 이였던 것 같다. 정신적으로 맑았던 날이지만 육체적으론 너무 힘들었다. 17km의 고통은 말 할 수 없었다.
드디어 마지막 행진! 은총의 100년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서 우리는 100km를 맞춰 길을 돌아서 갔다.
길은 무난했지만 내가 아는 곳이 나오니까 더 멀게 느껴졌다. 차를 타면 15~20분이면 가는 길을 걸어서 1시간을 가니 정말 답답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피로가 쌓여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 날이라 모두가 지쳐 있었는데, 특히 초등학생 동생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도 끝까지 가겠다고 절뚝거리는 다리로 눈물을 흘려가며 걷는 모습을 보니 나보다 더 대단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 동생들 역시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마지막 29km도 걸었다. 성당에 도착했을 때 뿌듯함과 기쁨에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3박4일 동안 아무 생각 없이 걸었던 것이 힘들기만 한 줄 알았는데 다시 돌아보니 내 마음을 바꿔놓은 것 같다.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걸어 다니면서 하나하나 눈에 담으면서 걸을 수 있었고 작은 것에 좀 더 신경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교구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걸어서 인지 더 뜻 깊었다. 100년 동안 우리 대구대교구를 위해 노력한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100km의 도보 순례를 마치고 몸은 많이 지쳐 있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아 기쁘다.
이제 난 어떤 것도 두려운 것 없이 도전할 수 있다! 내 꿈과 신앙 모두 다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고 더 성숙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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