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이례적으로 교회 내 언론 매체에 ‘제주의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양심’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보냈다. 강 주교는 기고문에서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강정 주민을 비롯해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앞장서 자랑하고 홍보하는 제주의 자연유산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이를 치명적으로 훼손하는 청정 해역의 군사기지화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제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 보존된 강정 앞바다에 해저를 준설하고 콘크리트로 재방을 쌓아 군항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너무도 이율배반적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 결정이란 것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강 주교는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으로 후보지 결정 과정을 들었다. 강 주교는 강정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하는 과정과 절차가 너무나 비민주적이고 탈법적인 방법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 추진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처음 제주교구 차원에서 전개되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지난 2007년 7월 특별 성명을 발표해 연대의 뜻을 밝히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에 앞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전국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제주교구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에 연대할 것을 결정하기도 했다. 평화의 섬을 지키려는 제주교구의 노력에 공감을 표하고 제주도에 참 평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국가 안보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는 모든 국민들이 힘과 뜻을 모아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우린 국가 간의 무리한 군비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음을 인지할 필요성이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2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국가 간의 긴장은 군비 증강이나 전쟁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상호 신뢰 구축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며 “진정한 평화는 힘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을 바탕으로 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혼란과 갈등에 빠져 있는 제주도가 정부의 결단을 통해 세계 평화의 섬으로 거듭날 수 있길 기도한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땅의 참 평화와 자연환경의 소중함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인식이 변화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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