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종교계 전반의 통일을 위한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25전쟁을 경과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젊은 세대일수록 통일에 대한 관심은 물론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함께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가 발주한 통일기반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사)평화문화재단과 한국종교인언론인협의회 주최로 지난 11일 ‘종교계 통일준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나온 발표 내용에 따르면, 종교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통일 논의에 있어 통일 개념과 운동, 정책 등에 과도성이 있을 뿐 아니라 각 종단의 통일 논의와 신자들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이러한 결과에 주목하는 것은 이번 세미나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종교인들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통일의식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돼 통일을 향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한국 종교계의 현재를 돌아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번 조사 결과가 내포하고 있는 함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와 종교계 차원에서 통일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으면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이는 달리 말해 각 종교계 차원에서 통일을 위한 준비노력이 구체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그 시급성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간 가톨릭교회는 통일문제와 관련해 몇 가지 일관된 원칙을 견지해 왔다. ▲한반도 평화 유지 ▲동북아 지역에서의 비핵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지속 ▲대북지원사업을 위한 국내외 단체들과의 협력과 연대 강화 등이 그것이다. 이번 세미나 결과는 그간 교회가 견지해온 입장의 올바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줌과 아울러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는 바와 같이 평화는 선언적 형태로는 존재하기 힘든 상태다. 평화를 이루고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없다면 너무도 쉽게 무너져왔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특히 이번 결과가 보여주듯 통일이 우리 민족과 지구촌 전체에 유익이 되려면 종교인들 간의 연대뿐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의 장에서 공동 활동이 절실하다.
종교계가 각 종단의 이익을 넘어서 함께 힘을 모아 우리 사회 전반에 통일의 기운이 넘쳐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뜻있는 종교인들이 예언자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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