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류는 생명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불치병, 난치병을 극복하고 불로장생의 삶을 꿈꾸게 한다. 고통에 시달리지 않고 오래도록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염원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오늘날 과학기술, 특히 생명과 관련된 과학과 의술의 발달은 이런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인류에게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다른 모든 문명의 이기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미래를 열어주는 동시에 자칫 악용되거나 오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던져주고 있다.
게놈지도 완성, 유전자 복제, 나아가 인간복제까지 시도되고 잇는 오늘날 세계 안에서 인류는 미래의 밝은 이상을 보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의 가치를 훼손하고 창조주의 영역을 넘보는 무모한 시도를 보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얼한 시도들은 국가 경쟁력을 가장한 상업적인 동기와 맞물려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겨룩에는 인간성의 파괴에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인간 복제라는 금단의 영역을 넘보고 있는 연구자들이 있으며 어쩌면 1~2년 후에는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한 새로운 인류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우려와 함께 전세계에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숭고함을 훼손하는 연구를 규제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이 제기되고 다양한 법적 규제안이 마련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생명윤리와 관련된 법안 시안이 마련돼 공청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5월말이면 과학기술부 산하의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마련한 법안 시안과 생명윤리 문제에 관한 보고서가 제축된다. 이 법안과 보고서는 추후 우리나라의 생명윤리 관련법 제정의 결정적인 바탕이 될 것이며 앞으로의 모든 생명공학 연구의 지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교회가 그 법안 마련과정에 깊숙이 개입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단 한번 방침이 정해지면 그 방침을 바탕으로 법안이 마련될 것이며 그 법안 중에서 독소조항이 삽입될 경우 이를 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4월과 5월 연이어 강연회와 토론회, 공청회 등을 개최하고 각계 각층의 여론을 수렴한다. 교회의 가르침을 대변할 수 있는 기구인 생명윤리연구회가 이미 주교회의 신앙교리성 산하에 마련됐다. 이 기구를 중심으로 교회의 확고한 가르침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생명윤리 문제는 신학자나 의사 등 전문가의 것만은 아니다.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교인들, 나아가 선의의 모든 사람들의 몫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모든 것들에 대해 결연히 저항하고 창조의 질서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바로 우리 모든 신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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