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ROTC로 군 생활을 하면서 직업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결론은 사회복지를 그만두고 경찰이 되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1974년 6월에 제대를 하고 10월에 있는 시험 준비를 위해 절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짐을 꾸리고 있을 때, 서울에서 멋쟁이 아가씨가 찾아왔다. 경북 상주, 상주에서도 교통수단이 전혀 없는 아주 시골마을로…. 그 아가씨는 친구의 소개로 군에서 만난 사람인데 제대하고 소식이 없어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 확인하러 왔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용산역에 내렸을 때, 홀트에 다니는 선배를 우연히 만났다. 선배는 그날 저녁 주임교수님이 영국에 교환교수로 가시게 돼 동문 환송파티가 있는데 오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시험 준비에 바쁘기는 하지만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아 참석했다. 거기서 캐나다유니테리안봉지회(현재 (사)한국봉사회)에 다니는 선배가 오래간만인데 맛있는 것 사줄 테니 사무실에 놀러오라고 했다. 가깝게 지냈던 선배라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해서 다음날 방문을 했다. 그 선배는 회장님께 인사드리라고 소개를 시켜주셨다. 그것이 직원채용 면접이었다. 그 선배는 내가 제대한 것을 알고 찾고 있었다고 했다. 생각지도 않은 일에 감사와 당황하면서 고향으로 내려갔고, 며칠 후 인천에 있는 사회복지관에 일하러 오라는 편지를 받았다. 며칠간 고민하다가 인천으로 올라온 것이 사회복지 일의 시작이었다.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이 사건을 두고 많은 생각을 해본다. 왜 하필이면 그때 아가씨가 찾아왔으며, 용산역에서 선배를 만났을까? 우연이라기보다는 계획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느끼지 못하는 그분의 인도하심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다른 길을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같이 하는 일에 만족하며 살고 있을까? 멋쟁이 아가씨(지금의 아내)와 그분의 인도하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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