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MGU와 국제청소년지원단의 해외봉사 동행취재를 하던 중 갈라완 어린이에게 기자의 몫으로 나온 빵을 주려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정말로 먹고 싶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끝내 받으려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들에게 외부인의 몫으로 준비된 음식을 받지 못하도록 교육시킨다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자신의 무신경함을 깨달았다. 그 지역에 배고픈 아이가 그 아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두 명이 받으면 나머지 아이들도 모두 받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했다. 기자에겐 가벼운 선심일지 모르겠지만 그 공동체 전체에는 폐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 봉사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많다. 성경에서 이웃에게 하는 봉사를 표현할 때 쓰이는 라틴어 Servire는 종, 노예를 의미하는 Servus와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봉사란 상대방의 종이 되어주는 것이다. 종은 자신을 생각해 일을 하지 않는다. 종의 관심사는 늘 주인이다. 그리스도인에게 봉사란 바로 그런 종의 섬김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봉사활동이 쏟아져 나온다. 작게는 지역봉사에서부터 농촌지원활동, 해외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봉사의 규모도 종류도 다양하다. 봉사의 목적도 여러 가지다. 진학?취업을 위한 이른바 ‘스펙’을 위해, 경험을 쌓기 위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만족감을 얻기 위해 등등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봉사를 한다. 그런데 그 수많은 목적의 수혜자는 대체로 ‘자신’이다.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가 일상인 현대인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이라면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하시며 가장 낮은 모습으로 이 세상에서 일하다 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봉사를 닮으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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