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한 사람은 주일 미사에 빠지는 일은 없지만 그것뿐이다. 성당을 떠나서는 기도를 하는 일이 없다. 또 한 사람은 집에서 기도를 하기는 하는데, 언제나 자기 일신상의 일이 잘 되게 해줍시사고 하느님께 빌 뿐이다. 손자가 학교에 붙게 해달라, 늘 건강하게 자라게 해달라, 자식들이 돈을 잘 벌게 해달라, 뭐 만날 이러한 기도의 품목만 가지고 하느님께 매달린다. 하느님은 이 두 사람 중 어느 쪽을 그래도 마음에 들어하실까?
나의 머리 가지고는 도저히 판단이 안 된다. 역시 이런 문제는 하느님이 판단하실 일이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가령 권투 선수가 상대방의 주먹이 자기에게 날아오는 것이 보인다. 그러면 순간 반사적으로 그 주먹을 피할 것이며 가만히 서서 얻어맞을 사람은 없다. 골목길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튀어나온다. 순간 민첩하게 몸을 날려서 위험을 피하게되지 가만히는 안 있는다. ‘아이구 깜짝야! 오토바이로 수선 떠는 저런 것들!’ 하고 중얼거리며 분풀이를 한다.
반사적이고도 민첩한 이러한 동작과 반응을 우리는 탓할 수는 없다. 탓하기는커녕 오히려 신성하다고 말함직한 우리의 보호본능이다. 이러한 본능의 도움으로 우리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멸하지 않고 생명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약하고 유한한 인간이 압도적으로 크고 무한한 권능을 지니신 하느님께 매달려서 우리의 평안함을 간청한다 하더라도 조금도 잘못됐다고 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교회에서는 기복신앙(祈福信仰)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가르친다. 왜 그럴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도 없을 리야 없겠지만 생각만큼 쉬운 것도 아니라고 나는 느끼고 있다. 여기에서 먼저 기도에 대해서 생각해볼까 한다.
믿음의 생활에서 기도의 의미와 구실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고급스런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아주 쉽게 생각해서 기도는 나와 하느님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기도하는 일 말고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는 무슨 방법이 또 있겠는가.
기도를 하지 않는 신자는, 만약에 그런 신자가 있다면, 하느님과 대화를 끊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니 하느님이 그런 신자를 그리 반기실 리가 없다.
한편 ‘기복신앙’이라는 말에는 하느님을 오로지 자기의 영화와 안락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여운이 풍겨진다. 하느님을 도구나 수단으로 생각하는 일은 잘못이다.
또 한 가지, ‘기복신앙’이란 말에서는 그러한 생활에 빠져 있는 사람의 탐욕이 느껴진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바라는 마음 쪽이 더 크다. 그러니 항상 하느님께 청하기만 하는 것 아닐까 싶다.
기복신앙에 빠져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이웃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기 쉽다. 남이야 어찌 됐든 간에 자기만 무사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것은 이미 기복신앙의 단계를 벗어나 있다.
말은 쉽지만, 기복신앙의 습성을 유유히 벗어나서 성숙한 기도생활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울 리가 없다. 기도하는 어딘가에 기복적인 심리가 꿈틀거린다. 이기적인 기복신앙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는 불특정 다수건 특정인이건, 자기 아닌 남을 위해 기도하는 습관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나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신 예수님이 완벽한 본보기를 보여주셨다. 수난이 임박함을 알고 몹시 괴로워하시는 예수님은 “아버지,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루카 22,42) 이와 같이 해서 기도하는 사람의 바람(希)과 하느님의 뜻을 조화시키는 완벽한 본보기를 남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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