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장애인복지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장애인복지관은 다양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상담, 재활치료, 교육, 사회적응훈련, 직업훈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직업훈련을 받고 있던 제훈이란 청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제훈이는 다운증후군으로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이다. 그는 아주 착하고, 밝고, 자존심이 강하고, 재주가 많은 청년이었다. 특히 입으로 병뚜껑 따는 소리, 염소나 개 등 동물 울음소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소리를 잘 내어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제훈이는 다운증후군이 보편적으로 갖는 숫자계념이 약해 시계를 보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그는 아주 근사한 시계를 차고 다녔다. 하루는 농담으로 “제훈아! 지금 몇 시야”하고 물었다. 그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나를 쳐다보면서 “선생님 시계 있잖아” 하고 대꾸하였다. 자기도 시계가 있으면서 왜 물어보느냐는 것이다. 시계를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질문으로 대신하는 참으로 지혜로운 답이었다. 아주 상상 밖의 놀라운 응답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지적장애인을 평가할 때 “IQ가 얼마인데 초등학교 몇 학년 수준이다”라고 말하곤 한다. 사람의 능력을 지능지수로 평가하는 것을 많이 본다. 지능은 지식을 익히는데 큰 영향을 준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혜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들의 특성은 “지식이 지혜를 넘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잘 살아가는 지혜인 것 같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제훈이에게 지혜로운 답을 물어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만나는 모든 이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이다(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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