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이 발표한 2011년 마드리드 세계청년대회 참가자 최초 공식집계 인원은 52만 명, 그러나 대회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비공식 참가자를 포함해 마드리드에 150만 명에 이르는 전 세계 청년이 모였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인구 300만 명이 살고 있는 유럽 제4의 인구밀집도시인데다가 150만 명의 WYD 참가자까지 몰렸으니 마드리드는 말 그대로 ‘포화’ 상태였다.
본대회가 열렸던 5일간 청년들의 의·식·주는 열악했다. 지붕만 덩그러니 있는 헛간 수준의 학교 창고에서 잠을 청하는가 하면, 아예 운동장 위에 침낭을 깔고 자는 참가단도 있었다. 먹는 것은 또 어떤가. 아침은 차가운 빵과 음료수, 점심은 딱딱한 빵과 햄, 저녁 역시 사정도 마찬가지. 씻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빨래는 언감생심. 설상가상으로 매일 42℃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까지 가세했다. 본 대회 4일째 날 철야기도를 위해 쿠아트로 비엔토스 비행장에 모인 청년들은 작열하는 태양에 하나둘 쓰러져, 구급차가 수시로 달려왔고, 응급조치로 동원된 119 살수차가 폭염을 식히려 안간힘을 썼다.
이쯤 되니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언어도 문화도 모두 다른 150만 청년들은 도대체 왜, 무엇을 바라고 이 먼 곳까지 찾아왔을까? 그 비용과 시간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곳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밤새 몰아치는 비바람을 맞으며 노숙한 청년들이 엄숙하게 무릎을 꿇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집전하는 마지막 폐막미사를 봉헌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이토록 많은 청년들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이곳에 모인 까닭은 단 한 가지, 우리는 살아계신 그리스도의 증거자이며, 믿음 안에서 모두가 한 형제임을 몸소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청년들은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었다. 다만, 그 존재 자체로 교회의 현재이자 미래의 희망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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