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교육이민이 부쩍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김영삼 정부에서부터 준비해 온 것을 김대중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해 온 교육개혁이 아직 진행 중인데, 벌써 교육개혁의 실패 작품으로 학교 교실붕괴니 이해찬 세대니 하는 말들이 떠돌고 있다. 그러면서 사교육비의 급증으로 학부모들의 부담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마침내 저렴하고 더 나은 교육한경을 찾아 교육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에서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육개혁의 주체인 교육부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심을 하고 있다.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우리가 지닌 능력을 간파하여 합리적인 생각을 지속해나가면 적당한 해결책이 떠오르고, 그것을 시행해 나가면 자라나는 세대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의 고통을 줄이고 개선된 교실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러한 현상의 저변에 깔려있는 그 어떤 것을 보게 된다. 16세기부터 서구 사람들이 새로운 살길을 찾아 위험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범선을 타고 신대륙을 비롯하여 오대양육대주로 나섰던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고, 그 현상은 어떠했을까. 이러한 일에는 당시 일어난 종교개혁의 영향도 개입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대륙에 대한 탐사가 이미 그 이전부터 진행되어온 것을 생각하면, 다른 원인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낯선 땅으로 살길을 찾아 나서는 일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큰 용기와 모험 그리고 많은 준비를 요구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당시 서구사회는 가내공업과 상업의 발달로 도시가 비대해지고 인구가 제법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당시 한 가정에 평균 8명은 태어나는 아이들 중에는 농사지을 토지를 물려받을 처지가 못되어 일자리도,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방 한칸도 가지기 힘든 상태로 성인이 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고, 그들의 고통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집에 있어도 살기 힘들고, 집을 떠나봐도 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 고통의 강도가 매우 강하여, 범선을 타고 목숨을 걸고 낯선 대륙으로 살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차라리 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렇게 떠나 이윽고 낯선 땅에 도달한 이들 중에는 살아남아 오늘날 남북아메리카,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등에서 살아가고 있는 백인들의 조상이 딘 사람들도 있고, 적응하지 못하거나 먹을 것을 비롯해서 생존을 위한 필수품들을 조달하지 못해서 죽어간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지난 세기에 우리나라에서 전개된 이민의 역사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이민 역사는 구 한말부터 시작되었다. 하와이의 사탕수수를 베는 막노동 이민에서부터 청운의 꿈을 품고 학문을 연마하러 유학을 떠나 그곳에 자리잡은 이민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각 개인마다 동기도 다양하다. 그 결과 오늘날 해외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민의 수가 약 5백만에 이른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한국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실정이다. 이탈리아의 시골 농장에서도, 캐나다의 록키산 속 식당에서도, 알프스 산간 마을에서도, 호주에서도, 이곳에 다 나열할 필요가 없는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한국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세기 말에 한 동안 이민자의 수가 급격히 감소했었다. 국내의 사정이 좋아지자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IMF 경제파동을 비롯하여 지난 몇 년 동안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면서 나라 밖으로 나가도록 하고 있다. 그 동기야 어떠하던 나라 밖으로 나간 사람들이 현지에서 잘 적응하여 자리잡게 되면, 그것은 그 본인에세는 물론 국내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좋은 일이다. 인구밀도가 세계 3위인 것을 생가하면, 밖으로 나가서 자리를 잡는 것은 애국의 의미도 크다.
그런데 이들이 현지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으려면, 국내의 사정이 좋아져야 한다. 저 멀리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나쁜 것들이기만 하면, 얼굴을 들고 밖에 나가 일할 힘이 나지 않아 자긍심은 커녕 어깨가 자꾸만 움츠러들고 목소리가 기어들게 마련이다. 더구나 고국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염두에 둔 자녀교육만을 위한 이민이라면, 국내의 사정이 더욱 문제이다.
나라 안에 남아있는 사람도 밖에 나간 사람도 서로의 처지에 영향을 크게 받고, 서로에게 힘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양쪽에서 건투가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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