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의료인의 자세라든가 의료 행위별 윤리 기준 등을 담은 78개 조항의 「의사윤리지침」을 마련했엇지만 본회의에는 상정도 하지 못한 채 유보되었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소위 의료집착의 문제라든가 낙태, 대리모 출산의 문제 등 사회적으로 매우 격렬한 논쟁이 될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 충분한 연구가 되지 않았다는 사회 각계의 강력하고도 비판적인 지적이 있었음에도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통과 처리시키겠다고 했었지만 결국에는 그 비판의 소리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준비했던 「의사윤리지침」은 비록 의사협회의 내부지침이기는 하지만 모든 회원은 이 지침이 안내하는 윤리기준에 따라 의료행위를 하도록 이끄는 강제성을 띤 지침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의사윤리지침」의 성격은 무엇보다도 의료인들이 윤리적인 의술을 펼칠 수 있도록 읠 봉사자로서의 자세를 고무하고, 그들의 의료 행위 하나 하나가 직업 윤리에 충실하도록 도움을 주는 데에 있다고 하겠다. 곧 의료인들이 추구하는 윤리적인 의술이란 자신들에게 맡겨진 환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생명은 살리기 위한 최선의 온갖 노력이 요구되는 일종의 소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비록 이 윤리지침의 실행이 보류되기는 하였지만 언론에 소개된 몇몇 내용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이 지침이 자칫 의료인으로서의 본연의 소명과는 달리 인간 생명 존엄성의 존중보다 더 우선하여 사회-경제적 상황 논리에 편승하거나 자기 방어를 위한논리 주장의 장(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으며, 그렇다면 그것은 「윤리지침」이라고 이름 붙여져서는 안될 것이다.
생명 존중과 가장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는 낙태의 문제를 한 번 생각해 보자. 비록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낙태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의사의 양심은 결코 낙태를 지지해서는 안된다. 만일 「의사윤리지침」이 새로 준비된다면 생명권이 직접적으로 서로 부딪히지 않는 한 어떠한 경우라도 낙태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선언이 포함되기를 희망해도 좋을까? 이 희망은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생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희망이기도 하다. 대리모 출산의 문제, 인간 배아 복제의 문제 역시 인간 생명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시각에서부터 출발한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은 결코 물질적으로 취급되어서는 안되며, 인간이 그 어떤 것을 위한 도구로 전락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왕에 내년에 다시 논의학기로 한 「의사윤리지침」이라면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드러난 이 사회의 생명 존중에 대한 열망의 소리에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의사윤리지침」이라면 그야말로 인간의 인간다운 삶과 생명 존중을 위한 의료인들의 소명에서 결코 간과될 수 없는, 곧 생명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철저한 윤리의식이 그 뿌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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