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절(仲秋節) 가배(嘉俳) 가위라고도 불리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돌아왔다. 한 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로 명절 중에서도 가장 풍성한 명절로 꼽힌다. 고대사회의 풍농제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니 일종의 추수감사절이라 할 수 있겠다.
연휴 일정에 주말이 겹치면서 예전과 비해 다소 짧은 명절 연휴가 될 전망이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선조들의 말씀처럼 한가위라는 이름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마음은 넉넉함으로 가득찰 듯하다.
이러한 심정과는 달리 올해는 고물가 고유가 경기침체가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고 또 장기간의 비가 내렸던 날씨와 메아리 무이파 등 태풍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농작물 피해가 상당하다는 소식이다. 그로 인해 물가는 오르고 서민들의 추석나기는 더욱 팍팍해졌다.
소비자물가도 5.3% 급등, 3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는데다 앞으로 물가가 어디까지 더 오를지 예측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즐거워야 할 추석은 고통으로 다가서는 형국이다.
그러한 경기침체의 여파로 보육원 양로원 등 복지기관들을 위한 예전과 같은 나눔의 손길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고 도움 손길이 끊긴 곳도 많아 상당수 기관들이 ‘우울한 추석’을 맞는 상황이라고 한다.
추석의 의미는 무엇보다 감사와 사랑의 나눔이다. 그런 면에서 나눔을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의 구체적 시기라고 하겠다. 조상들은 추수한 곡식에 대한 감사를 드리고 결실에 대한 보람을 이웃과 함께 나누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이러한 아름다운 명절의 의미와 전통을 마음안에 담으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본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풍요로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추석 명절을 우리 가족만의 축제로 지내고 말 것이 아니라 여러 어려움 속에 힘들고 고통스럽게 지내고 있는 이웃들을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본당이나 개인 차원에서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구체적 배려의 마음을 갖는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모 없이 명절을 지내는 복지시설의 아이들, 무의탁 양로원 등지에서 가족 없이 쓸쓸한 추석을 나야하는 어르신 등 나눔의 손길을 기다리는 주변을 새삼 살펴보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이웃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가? …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루카 10,25~29)는 말씀을 되새겨 이웃과 함께 나눔의 정신을 마음안에 새롭게 떠올려 보는 추석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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