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가 위촉한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지난 5월 18일 생명윤리기본법(가칭)의 기본골격안을 밢하였고, 나흘 뒤에 이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과학기술부장관이 위촉한 인문사회과학분야(5명), 종교계(3명), 시민단체(2명), 의학분야(5명), 생명과학분야(5명) 등 각계분야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되어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6개월만에 근본틀을 내놓게된 것이다.
이 근본틀에서는 주로 인간배아 연구와 활용의 허용범위를 비롯해서 생명복제연구 및 유전자변형연구의 활용과 허용범위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기 위한 국가생명위원회의 기능과 구성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졌다.
생명윤리기본법(가칭)의 내용 전반이 비록 가톨릭 교회의 윤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몇몇 주요 내용에 있어서는 이 기본법이 추구하는 근본 목적으로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존엄성을 확보하고 신장시키기 위한다는 기본에 어느 정도 충실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배아 복제 전면 금지라든가 생식세포, 수정란, 태아 등에 대한 유전자 치료 금지 그리고 성체간세포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위원회의 결정은 복제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진다는 교회의 절박한 호소가 결코 외로운 투쟁만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체외수정을 통해 만들어져 현재 남아있는 잔여배아를 이용한 연구를 한시적으로나마 인정한 것이라든가 특별위원회가 잔여배아의 폐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은 아직도 이 기본법안이 전체적으로 일관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매우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 기본법안에 대해 생명과학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반발도 매우 거세었다.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인간 배아 복제를 금지하는 것은 생명공학발전 자체의 싹을 자르는 것이고, 보다 나은 생명의 질을 살려고 하는 인류의 염원을 저버리는 악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날 참석한 수많은 벤처 기업가들의 반발도 대단했다. 이날 공청회의 마지막 1시간 동안 참석자들의 질문이 무려 32개나 쏟아졌는데 상당수는 이 분야에 대한 국가 경쟁력과 기술력의 심각한 약화와 종속을 염려하는 내용들이었다.
이날 참석한 생명과학자들이나 벤처 사업가들 중 아무도 인간 존엄성 훼손의 심각성에 대한 염려는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인간 존엄성 따위는 추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고, 그것이 결코 인간을 배불리지 않는다는 논리만이 중요한 것 같았다.
필자에게 이날의 공청회는 인간의 생명이 돈의 논리에 따라 논의되는 것 자체로 매우 불쾌한 자리였다. 올바른 생명윤리의 확립을 위한 진지한 논의의 자리라면 기술이나 상업화의 문제는 결코 우선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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