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약 2000~3000cal이다. 이 정도의 에너지를 확보학 위해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종류는 곡식, 채소, 과일, 생선, 고기 등 대단히 많은데, 그 무게는 약 1.5㎏ 정도 된다. 세계 식량계획(WEP)과 국제 농업기구(WFP)에 의하면 하루에 1인당 필요로 하는 곡물의 양은 약 900g이다. 그래서 WEP에서는 국민 1인당 돌아가야 하는 곡물의 양을 연간 330㎏으로 간주하고 세계의 곡물 생산량과 비축량을 점검한다.
2001년 3월 18일자 가톨릭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약 2200만의 북한주민이 금년에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곡물량은 478만 톤이라고 한다. 그런데 북한의 예상 수확량은 292만 톤에 지나지 않아 186만 톤 이상의 외부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292만 톤에 지나지 않는 곡물만으로는 1인당 연간 133㎏을 제공할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186만톤을 구하여 총량 478만 톤으로 확보한다 하더라도 1인당 217.2㎏을 제공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정도로는 목숨을 겨우 부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간의 품위에 맞는 생활을 하기는 어렵다.
해마다 여러 국가와 다양한 단체 그리고 개인들이 작게는 수백톤에서 많게는 수십만톤에 이르기까지 곡물을 확보하여 그곳까지 가져다 주었다. 곡물은 산에서 석탄이나 광석을 캐듯이 있는 것을 캐오면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 땅을 갈고 씨앗을 뿌려 키워야 하는 생명체이다. 그래서 물량을 확보하는 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그곳까지 가져다 주는 일도 그 못지 않게 어려운 일이다. 운반도구가 필요하고, 부패되지 않도록 보호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에 경비와 섬세한 배려들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게다가 식량분매문제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잡음들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북한에서는 힘들여 가져간 식량을 나누어주는 일도 만만찮은 모양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다는 좋은 마음으로 힘들여 가져간 곡물이 제 목적대로 분배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도 때로는 힘에 겨울 정도로 어렵다는 보도가 간간이 있었다. 우리는 북한에서 훈장까지 받은 독일 의사가 추방되어 남한을 통해 판문점에서 시위를 하던 것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제는 국제 사회가 이러한 일에 지쳐가고 식상해 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앞의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국제 사회가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을 돕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엿는데에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이제는 모두들 피로를 느끼고 있단다. 그래서 금년에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궁금하고 염려스럽다.
우리는 그 끔찍했던 이디오피아와 소말리아의 기아참상을 잊지 않고 있다. 국제 사회가 그곳의 기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결국 수백만의 소중한 사람들이 삶의 자리를 내주는 것으로 정리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아직도 기아에 허덕이며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생존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북한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남한보다 더 넓은 땅에서 남한보다 훨씬 적은 곡물을 생산하고 있는 현재의 생산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북한의 여기저기에 보인다. 그 여지를 잘 활용하지 모사여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는 북한의 식량문제는 궁극적으로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재해인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