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였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마태 25, 21)
마지막 날 주님 앞에 설 때, 자애 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시며 내 두 손을 덥석 잡으시고 말씀하실 주님의 음성을 착각 속에 듣는다. 생각만 해도 온몸의 세포들이 와락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다.
교회 안에서 의료사도직은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재현’을 이념으로 실천하고 있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병원을 거치지 않고 인생여정을 마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받은 순례자인 것 같다. 강도를 만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준 착한 사마리아인이 상처받은 그를 여관주인에게 맡기고 떠난 그 집, 그 장소가 오늘날 병원이라는 공간이라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충실한 여관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크고 작은 수많은 병원들이 추구하는 것, 바라는 바는 숭고한 사명이지만 현실은 윤리적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갖가지 갈등으로 신음하는 나날의 연속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의료환경은 인간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다. 병원은 또 하나의 가정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병원을 집과 같은 분위기로 느끼게 하기 위해 고심하기도 한다. 가족같은 친밀감을 갖게 하자고 구호를 외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채우기에는 끊임없는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매달 불만사례집담회를 통해 접하는 내용들은 간호사들로 하여금 성인이 되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것 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서번트 리더십’의 저자 제임스 헌터는 “조직이 잘 되고 못 되고는 전적으로 리더에게 달려있고, 모든 것은 위에서 시작되며, 약한 군대란 없다, 오로지 약한 리더가 존재할 뿐이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포춘에서 선정한 ‘일하기 가장 좋은 기업’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중 상위 1/3이상의 기업이 ‘서번트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의료와 경영은 하나다. 모든 의료기관들이 인간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지니고 윤리적 경영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리더는 철저한 자기경영에서부터 자각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을 이끄는 가치는 사명에서 비롯된 리더의 가치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나아가서 구성원들의 잠재력과 창의적인 에너지를 활성화시키기에도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불만족은 물론, 그들에 의해 전달되는 의료서비스의 질 또한 결코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 리더십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술이며 신뢰를 형성하는 인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리더십은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자신의 인생을 리드해 가는 셀프리더로서, 소명의식을 지니고 사람 낚는 어부로서 부르심 받은 특별한 기관의 리더로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리드해 가는 경영자로서, 어떤 리더십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가?
섬김리더십은 예수님의 권위에서 비롯되는 영향력이다. ‘너희도 알다시피 세상에서는 통치자들이 백성을 강제로 지배하고 높은 사람들이 권력으로 내리 누른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6-27), ‘리더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루카 22, 26).
섬김은 개인의 신앙, 종교병원, 비종교병원의 구별없이 병원에서 종사하는 이라면 누구나 근본가치로 지녀야 할 일상의 양식이다. 섬긴다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탁월한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연약한 인간의 조건을 지닌 동등한 너와 내가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내가 존중받고 싶은 대로 먼저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섬김의 가치가 리드하는 삶의 현장에는 진정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난다.
경청, 신뢰, 친절, 겸손, 인내, 존중, 이타주의, 정직, 용서, 헌신, 이러한 섬김의 가치들이 실천하기 어렵다 하여 인간본성대로 끌려가는 삶을 살아간다면 개인의 인생은 어떤 열매를 맺게 될까? 섬김의 가치가 선택되지 않는 의료기관의 생명력, 이미지는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될까?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게 하는 섬김의 건강한 조직문화를 가꾸어가는 몫은 조직의 리더와 모든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에 달려 있다. 전문기술과 지식에 의해서만 상처 입은 인간을 치유할 수는 없다.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한 병원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놓일지라도 결코 놓아서는 안 되는 큰 맥은 생명존중의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섬김의 가치를 담은 사명에의 헌신이 곧 조직의 건강지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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