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김희중 대주교가 국내 7대 종단 대표의 일원으로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평양에 다녀왔다. 첫째 날인 9월 21일 기자는 김희중 대주교가 출발 성명을 발표하는 인천국제공항으로 차를 몰고 갔다. 성명서는 오전 7시에 발표하기로 돼 있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출발했다.
김 대주교를 가까이서 취재하는 자리여서 혹시라도 늦을까 긴장이 됐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자니 ‘내가 왜 인천공항으로 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일었다. 남한의 종교 지도자들이 선한 의지를 가지고 북에 가는 일이라면 당연히 우리 영토를 밟고 올라가야 보기도 좋고 시간도 절약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 예상보다 이르게 도착했다. 7대 종단 대표들이 모이기로 한 장소에 김 대주교의 모습이 보였다. “왜 육로로 안 가세요?”라고 물었다.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는 것이 김 대주교의 답변이었다. 충분히 예상한 답이기도 했다. 분명 남과 북은 갈라져 있고 가시적인 거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단절의 선’이 존재한다. 남북의 신앙도 마찬가지다.
속속 도착하는 7대 종단 대표들을 보며 더 큰 의문이 생겨났다. 북한의 종교 지도자들을 만난다고 하는데 북한에는 불교만이 전통문화라는 측면에서 존중받을 뿐 천주교와 개신교는 종교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많은 탈북자들이 증언하고 있는 사실이다. 개신교 대표로 방북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에게 물었다. “북한에는 신앙의 자유가 없다는데 교회 지도자가 있습니까?” 김영주 목사는 “수는 적지만 북한에도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한에 신자가 많다지만 누가 진정한 신앙인인지는 하느님만이 판단하실 겁니다”라고 말했다.
9월이 순교자성월이어서 그랬을까? 김 목사의 말을 들으니 북한의 교회 상황과 우리나라 천주교 초기 역사가 ‘어렴풋이’ 연결됐다. 남북의 교회 현황이 어떻든 간에 수가 아니라 신앙의 진정성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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