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 스타」라는 ‘뮤지컬 영화’가 있다. 무대에서 공연된 것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어쨌든간에 「슈퍼 스타」의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다.
예수를 슈퍼 스타라 한 것은 맞는 말이다. 고금의 모든 역사의 무대에서 예수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으며, 또 짧은 생애가 예수만큼 극적인 사건으로 채워졌던 인물이 누가 또 있는가.
영화 장면 중에 십자가에 못 박혀 수난하는 예수가 슬퍼하는 여인들에게 오히려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마.” 하고 위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이 말은 자막을 통해서 나오는 말이다. 예수의 입을 통해서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때 나는 느꼈다. ‘우리말의 타락상(墮落相)의 정도가 심하구나!’
‘신경 쓰지 말아요.’ 이 말의 뜻은 물론 ‘마음 쓰지 말아요’ 또는 ‘염려하지 마세요’ 정도의 의미다. 그런데 같은 말이라도 ‘신경 쓰지 말라’는 표현이 훨씬 조잡하고 품위 없는 표현으로 들린다.
오늘날 ‘신경 쓰지 말라’는 이 말은 손을 쓸 수도 없을만큼 퍼져버렸다.
이 말을 품위 없다고 느끼는 것이 나만의 편견과 독단인지 몰라서 K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다. K 선생님은 세상이 다 아는 석학이며, 인문학에 조예가 매우 깊은 분이시다. 그랬더니 역시 K 선생님께서도 “신경 쓰지 말라는 표현을 들으면 저절로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우리 말의 타락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 하시는 것이었다.
‘신경’이란 말 자체가 나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 말은 ‘신경질’, ‘신경쇠약’, ‘신경과민’ 등 대개 병적인 증상과 관련되어 쓰인다. 이 말에는 하나도 정성이 들어있지 않으며 또 상대방에게도 정성을 바란다는 느낌이 조금도 없다. 상관 말라는 의사 표시 이상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말이 요새는 실 생활에서나 연속극에서나 어디서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 쓰이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상식적으로 판단하여 바른 용법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보기를 한두가지 더 들겠다.
‘살짝 우세하다’, ‘살짝 앞서 있다.’ 이런 표현은 물론 ‘조금 앞서 있다’는 뜻이다. ‘살짝’이라는 말을 약간 재미있게 비틀어서 쓰는 경우다. 누군가가 한 번 쓰고나니까 모두 덩달아 쓰게 되어 이제는 꽤 퍼졌다.
마이크를 내밀면 대개의 경우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식의 답이 나온다. 많은 답이 끝에 가서는 ‘같아요’ ‘같아요’로 끝난다. 자기 기분을 자기 스스로가 분명히 판단하지 못한다면 대신 판단해줄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경기가 끝났다. 승자에게 마이크를 내밀면, ‘일단 이겨서 기쁘고요…’ 대개 이런 답이 나온다. 인터뷰에서 우선 ‘일단’ 하고 말문을 여는 경우가 참 많다. 코미디언 고 이주일씨가 “일단 한번 와보시래니까요”에서 나왔다는 것을 누구나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단’이란 말에는 깊은 뜻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 말을 자주 쓴다하여 이로울 것도 해로울 것도 없지만 자기가 쓰는 말이 유행의 테두리에서 뱅뱅 도는 말이라는 것쯤은 인식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념행사가 다 끝나자 주최 측 한 사람이 ‘조촐한 음식이지만 한 분도 빠짐 없이 드시고들 가세요.’ 한다. 물론 음식을 들고(가지고) 가라는 뜻은 아니며 먹고 가라는 뜻인데 ‘잡숫다’ 라는 점잖고 고운 우리 말은 요새 어디에 숨어버린 것일까.
이런 말의 용례는 생각나는 것이 꽤 많으나 오늘은 여기에서 그칠가 한다.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삶의 내용의 전부다. 우리가 쓰는 말에 좀 더 마음을 쓰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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