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년 넘게 한국비영리학회 회원으로 현재는 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9월초 학회를 정리할 생각에 바쁜 일정에도 이사회에 참석했다. 그런데 학회 회장은 회의에서 그동안 학회 이사들의 회의참석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회의에 미참하고 회비도 미납하는 분들을 정리하고 꾸준히 참석한 이사 7∼8분을 중심으로 신임 이사회를 구성했다고 신임 이사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 안에 내 이름이 있었다. 나는 그만두겠다는 말도 못하고 그대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왜 한국비영리학회에 가입하고 10여 년간 열심히 참여했던가? 사실 나는 “한국NGO 지도자의 민주성과 조직 활동의 적절성”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그 누구보다도 비영리단체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비영리단체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 질문해보니 “안하는 것이 없다”가 정확한 답이다. 비영리단체는 국가가 할 수 없는 것을 “감시”하고 국가가 하기 싫어하는 것을 “주창”하며, 국가가 잘못하는 것을 “혁신”하고, 국가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행동할 여력이 없는 부문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영리활동이란 다름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에 누적된 문제의 다중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펼치는 시민적 각성의 결정화이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민주주의의 발전, 시장기능의 한계, 다원주의의 확대, 정부의 역할 변화 등 우리나라의 시대적 변화는 민간 비영리기관에 크게 주목하게 만들었다. 서구사회에서 비영리조직은 긴 역사를 가지고 시장의 발전과 국가의 성장에 따라 특수한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담당해왔다. 사회적 분화가 심화된 20세기에 들어서는 그 범위가 켜졌고 동시에 복잡해졌다. 민간비영리 부문은 역사적으로 종교단체나 지역공동체 조직에서 출발해 민간사회서비스기관, 의료기관, 대학, 재단, 환경단체 등 많은 분야로 발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각 사회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상이한 특성과 형태로 나타났으며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된 것은 최근 20여 년에 불과하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비영리 부문의 범위와 규모, 구조와 성격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자선영역이 크게 발달한 사회이다. 프랑스는 협동조합이 잘 발달돼 있으며 ‘사회경제’라고 불리는 독특한 비영리 부문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서도 서구와는 다르지만 비영리 부문이 존재해오고 있으며 국가마다 비영리 부문의 발전 정도와 특징에서 차이가 있다. 태국이나 필리핀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이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비영리부분이 더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는 NGO라는 용어가 ‘비영리 조직(Non-Profit Organi zation : NPO)’ 또는 ‘자발적 민간조직(Private Voluntary Organization : PVO)’이라는 용어와 혼재되고 있는 상황은 NGO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정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NGO/NPO/PVO활동가를 위한 “단체 활동 매뉴얼”의 저자인 루드비히 카퍼(Ludwig Kapfer)와 한스 풋쳐(Hans Putzer)에 의하면 비영리단체의 성공은 기관의 존재 이유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비영리단체들이 봉사하고 있으며, 만약 이 세상에 다양한 단체 활동이 없다면 이 사회는 비인간적인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따라서 공익에 매진하는 전문가의 질적 능력의 향상을 위해 단체 활동의 전문화, 단체의 정보교류 및 비영리단체의 전문화 등이 중요하게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이제는 학문적 연구와 이론적 체계를 확립해 독립적 영역과 위치에서 책임과 조직적 역량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비영리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몇몇 단체의 노하우에 의존하거나 주먹구구로 관리능력 한계를 드러내기보다 조직의 정체성과 활동내용, 활동방법 등을 분석해 조직에 적합한 표준 재정구조를 설정해보고, 조직의 주요 변화에 따라 이를 수정해가며 재정구조의 건전성을 평가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비영리단체 활동의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관리자 개개인이나 개별 조직들의 노력과 더불어, 비영리영역에 대한 시민의식 제고, 비영리활동에 대한 지원 문화 확산, 비영리영역과 관련한 각종 법과 세제를 포함한 사회적 기반을 구축하는 사회적 노력이 병행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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