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리더들과 함께 인간관계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참관했던 한 중학교 교사의 말이 오래도록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교사가 학생을 통제하려면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한다.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딴청을 부릴 때 주의를 줘도 말을 듣지 않고, 꾸중을 하면 사진찍으라 하고, 벌로써 밖에 나가 있으라 하면 텀블링을 하거나 옆교실을 들여다보고 방해를 하는 등 수업권을 침해하는 학생들 통제가 안 되어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분은 이런 말도 들려주었다. “지금 학교 현장에는 소설 ‘19분’의 주인공 피터가 참 많습니다. 제 반에도 피터가 있는데 그 피터를 철이가 괴롭혀서 피터가 수업시간에 샤프로 찌르고 울었답니다. 피터를 계속 괴롭히고도 자기의 잘못보다 샤프로 찔린 것에 대한 원망이 너무 커서 점심시간에 의자로 피터를 치고, 많이 때렸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아침 신문 기획취재면에서 ‘싸운 것도 아닌데… 학생 1명이 4시간동안 385번 욕설’이라는 머리글로 초·중·고교 학생들의 언어 사용 실태 조사결과를 근거로 하여 게재한 기사를 읽었다.
아빠의 폭언과 폭력 때문에 말이 없어지고 난폭해지는 아이의 성격문제로 내게 상담을 하러 온 한 어머니의 사연을 긴 시간 동안 들었다.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을 안내해 주었지만 불안과 막막함에 지쳐있을 그 가정을 생각하면 기도의 제목에서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다니던 조카에게 “네 꿈이 뭐니?” 하고 물었다.
1, 2학년 때는 “가수 될 거예요” 하더니 중학교에 다니는 동안 그의 답은 목표가 없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꿈이 있는지를 자주 묻곤 한다. 많은 아이들이 꿈을 갖고 있지 않았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목격되고 경험하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문제는 누구의 탓일까?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누가 우리 아이들의 분노를 인정해 주며, 그들이 쓰는 언어를 순화시키고, 상처받은 아픈 마음을 감싸줄 것인가? 우리 아이들의 우는 마음을 누가 달래주며 꿈을 심어줄 것인가?
아이가 태어난 가정은, 씨앗이 성장하는 텃밭이다. 건강한 가정으로 가꾸려는 노력은 먼저 부모로부터 시작된다. 아이의 욕구가 충족되어지고 보살핌과 훈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가정에서 성장해야 할 아이들이 만나는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는 보고 느낀다.
아이를 중심으로 계획되는 유아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에 의해 주어지는 조기교육의 문제들, 아이의 시간표에 의한 하루일과라기보다 엄마의 일과표나 다름없는 빡빡한 아이의 일정 속에서 서로가 씨름을 하고 있는 듯하다.
옆집 아이가 과외공부를 하면 불안해서 보내지 않을 수 없다는 부모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필요에 의해서 선택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올바른 가정에서의 훈육으로 건강한 인격체의 성장을 돕는 부모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어떤 인생관, 가치관을 심어주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다. 올바르지 않은 부모의 생각대로 이끌려갈 때, 가정과 사회, 국가의 미래는 희망을 잃게 될 것이다.
학교생활 또한 가정과의 유대 속에서 아이를 중심으로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체벌로써가 아닌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 그러나, 획일적으로 주어지는 교육환경에서 벗어나야 하고, 한편으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가르치려는 교사들의 노력과 부모의 참된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두려움과 불안, 폭력과 폭언에 희생이 되고 있는 이 시대의 피터들에게, 부모와 교사, 그리고 사회의 어른들로부터 이해받고 존중받으며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을 끌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 주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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