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어려서부터 어렵지 않게 들어온 이 속담 속에는 어떤 것에 몹시 놀란 사람은 비슷한 것만 봐도 겁을 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
교육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 속담은 ‘학습의 일반화’를 설명해준다고 할 수 있다. 학습의 일반화는 어떠한 학습된 행동이 훈련에 포함되지 않았던 다른 상황에서도 폭넓게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계의 작동 방법을 알려줬을 때 다른 기계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학습은 경험에 의해 야기되는 행동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원시인들도 먹구름이 몰려오면 비가 온다는 사실을 몇 차례 경험하고 나면, 나중에 먹구름을 보기만 해도 비가 올 것에 대비해 식량을 챙기고 높은 지대로 피하게 된다. 이처럼 비슷한 외적인 자극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이에 따라 반응이 연습되고 또 수차례의 연습을 통해 행동이 강화될 때 학습이 이뤄진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투기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도 부동산은 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일종의 학습 효과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학습은 스스로 경험한 것에만 한정되지 않고 대리 학습, 즉 어떤 모델을 관찰하는 간접 경험으로도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는 예수님을 통한 학습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물론 그리스도인들의 학습은 철저히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보여주신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성경에는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물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제자를 비롯해 배움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이야기들 가운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부자 청년의 비유다. 영원한 생명을 위해 예수님을 찾아온 부자 청년은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완벽한 남자를 일컫는 이른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쯤 될 듯하다. 하지만 성경은 부자 청년이 핵심이 빠진 학습을 해왔음을 드러내 보여준다. 누가 봐도 흠잡을 데 없을 것처럼 살아온 청년에게 실상은 예수님께서 그토록 전해주시고자 하신 ‘사랑’이 결여돼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성경은 부자 청년과 같은 삶이 결국 추수할 것 없는 농부와 같은 처지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성경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절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음을 보여주며 주님께서 초대하시는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늘 깨어 있는 자세가 필요함을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여전히 ‘부자 청년’이 넘쳐난다. 아니, 부자 청년보다도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시대를 통해 주님께서 보여주시고자 하는 징표를 보고도 흘려 넘겨버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삶을 지향하며 살기보다는 부자 청년처럼 자신이 가진 것을 잃어버릴까 봐 오히려 하느님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모양새다. 한술 더 떠 주님의 사람임을 내세우면서 그리스도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도 적잖다.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지만, 예수님의 참 모습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회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라면 매일같이 주님을 되새겨야 할 신자들이 오히려 주님의 말씀과는 동떨어져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때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미 오래 전 교회의 현안으로 떠오른 세속화나 복음화율 둔화는 교육이 절대 부족한 현실의 또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교회를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들조차 하느님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기 때문이다. 예수님 학습 효과를 누리려면, 그래서 늘 새로워지는 삶을 살아가려면 교육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 제대로 배우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실천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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