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면장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면장도 해먹을 정도의 식견이 없다니 서글픈 얘기인데 자식을 낳아서 이런 정도의 교육도 시키지 못했다면 아무래도 그런 이의 부모는 책망을 면키 어렵다.
지식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니 지식의 유형(類型)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말하자면 지식의 심리학이랄까 그런 것인데 생각나는 대로 적어볼까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이며 지식의 유형을 하나도 빠짐없이 망라(網羅)한 것은 아니다.
먼저 생각나는 것은 견딜 수 없이 궁금증이 나서 탐구 끝에 알게 된 지식이 있다는 점이다. 벤자민 플랭클린은 천둥번개가 치는 날 연(鳶)으로 실험을 한 결과 번개의 본질이 전기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호기심에서 얻은 지식이라 하겠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고급 유성기가 있었는데, 저것이 어떻게 해서 둥근 판이 돌아가며 저렇게 마술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인가가 궁금했다. 아버지 몰래 유성기를 뜯어 속을 샅샅이 관찰했다. 그렇게 해서 태엽을 감으면 유성기가 작동하는 원리를 안 느낌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기란 저렇게 생겼구나! 유성기를 표 안나게 원상대로 조립하노라 무척 애를 쓰기는 했지만 나는 남이 모르는 기쁨을 하나 더 얻게 되었다. 나는 이제 유성기의 얼개를 안다!
오늘날 인류가 누리는 지식의 태반이 이렇게 호기심에서 나온 것이다. 진실로 호기심은 문명 개척의 원동력이다.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물건 등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위에서 말한 심리와 비슷하지만 그 뉘앙스는 조금 다르다.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사랑에서 나오는 관심이라고 하는 쪽이 맞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하나라도 더 알고 싶은 심리이니, 이것도 우리의 본성에서 바로 나오는 것이다. 매일 보는 저 사람의 얼굴은 저런데 이름은 무엇일까? 나이는 몇이나 되었을까? 취미는 무엇일까? …
경험의 축적에서 오는 지식도 있다. 치과의사가 오랜 개업에서 알게 된 지식도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지식은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술은 분리하기도 어렵다. 지식은 기술의 일환이요 기술은 지식의 내용이다.
경험이 많을수록 지식도 함께 축적된다.
지식 중에는 직업과 관계되는 전문지식이 있다. 의사의 의학적 지식, 변호사의 법률적 지식, 사업가의 경영적 지식 이런 경우이겠는데 이런 때야말로 지식이 힘이다. 지식이 풍부할수록 영향력도 커지고 돈도 잘 벌린다. 지식의 정도가 남에 뒤떨어지면 불리하다. 따라서 이런 분야에서는 지식확대의 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이것도 문명을 전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물론이다.
지식과 경험이 합쳐진 경우를 우리는 견문(見聞)이라고도 하고 식견이라고도 한다. 세상 사람들은 식견이 높은 사람을 존경한다. 누구나가 식견이 높다는 말을 듣게 되기를 내심 바란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뽐내기 위해서, 남의 감탄을 자아내기 위해서, 남에게 지기 싫어서 지식의 증대를 좇는다면 그런 이야말로 전형적인 허영가(虛榮家)다. 소설 하나를 읽어도 자기는 이미 읽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읽는다. 자랑삼아 지식을 내비치는 사람만큼 천박한 사람도 없다. 지식은 역시 고매한 이상의 추구 자체의 결과라야지 지식의 추구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천격(賤格)이다. 세상에는 알아서 해로운 지식도 얼마든지 있음에랴.
어떠한 지식으로도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곧 하느님에 관한 상념(想念)이다. 하느님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존재이시기에 하느님에 대해서는 알고 모르고의 명제가 성립되지 않는다. 하느님이야말로 지식이 아닌 믿음의 차원에 속한다. 찬미할지어다 하느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