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로서 처음 일을 시작한 게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때이니 25년 전이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전업주부로 지내던 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18년 동안 일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입양기관, 저소득지역의 의료복지기관, 임대아파트 단지 내 종합사회복지관, 여성회관 그리고 교구 사회복지회까지 여러 분야에서 일했었는데 최근에 처음으로 쉼터에서 잠시 일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쉼터는 여러 가지 문제로 집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며 문제를 해결하여 집으로 돌아가거나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복지시설입니다.
이곳에 엄마와 함께 와서 살고 있는 8살, 6살 그리고 5살 세 남매가 있습니다. 세 녀석 모두 잘 웃고 잘 먹고 또박또박 말을 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첫째 녀석은 여느 가정의 아이들보다 존댓말도 잘하고 의젓하며 둘째 녀석의 그림 솜씨는 보통이 아닙니다. 저와 처음 만나던 날,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머뭇거리던 녀석들이 이제는 제가 야단도 잘 못치는 사람인 줄 눈치 채고는 병원놀이, 미장원놀이 같이 하자고 졸라댑니다. 엄마 곁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보채는 막내 녀석은 종종 상으로 과자를 사주는 저를 ‘이쁜이모’라고 부르며 자기가 또 상을 받아야 할 착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저에게 열심히 설명해 주곤 합니다. 그럴 때면 유난히 새로운 군것질 거리를 사달라고 졸라대던, 이제는 대학생이 된 저의 둘째 딸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납니다.
이 사랑스런 아이들이 엄마아빠와 즐겁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친한 친구가 있는 학교에서 전학가지 않고 재밌게 오래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고, 엄마가 마음 놓고 차려주는 맛있는 간식을 실컷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막내 녀석과 약속한 상으로 과자를 사러 가려고 어린이집에서 그 녀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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