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는 충격 그 자체였다. 소설이나 영화를 본 독자들이라면 믿을 수 없는 이 진실에 분노와 슬픔, 가슴 먹먹함을 체험했을 것이다. 필자도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아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너무도 가슴 아프고 슬픈….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는 백지가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어른인 것이 부끄러웠고, 마음속으로 죄를 짓는 기분마저 들었다. 너무나 슬픈 우리사회의 자화상이었다.
‘도가니’는 한 청각 장애인학교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내용은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아동을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저지른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다루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소설과 영화의 파장은 컸다. 사회적으로 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장애인에 관한 사회적 보호와 실태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실화라고 믿기 힘들 만큼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공지영 작가는 “실제 사건은 영화, 소설보다 더 끔찍했다”라는 말로 당시의 참혹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도가니를 통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이처럼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장애인의 약점을 이용해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는 일도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들은 당해도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다.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이 큰 이유는 그들의 아픔을 잘 헤아려주지 않는데 있다.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는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기 힘들다. 만일 이 사건도 소설이나 영화로 나오지 않았다면 사회적 외면 속에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당한 청각장애아동들의 피해가 그대로 묻혔을 수도 있다.
사회적 약자들이 어떤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는지 모두가 느끼고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아직까지도 사회적 약자는 약자일 뿐이다.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지만 이들은 여전히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보다 더 슬픈 것은 이 비참한 상황을 세상에 알리고 해결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배려하고 사랑해야 할 소명을 부여받았다. 우리 교회도 다양한 활동과 노력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나눔에 앞장서고 있다. 세상의 빛인 교회가 세상의 문제를 푸는 열쇠를 제시해야 할 때이다.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닌 사람들의 의식변화이다. 정의를 팽개치고 세상에 안주하려고 사회적 문제를 고치려 하지 않는 모습은 잘못된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회적 약자로 힘겹게 사는 이들이 많다. 필자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렇게 여리고 착한 아이들이 갖은 폭행과 폭력에 시달렸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도가니’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온갖 거짓과 비상식, 위선이 뒤섞여 미친 듯이 날뛰며 들끓고 있는 광란의 도가니 같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들까지 그 도가니 속에 녹아들어서는 안 된다. 비록 그 과정은 힘겹고 어쩌면 쉽게 찾아오지 않을 세상일지라도 이 광란의 도가니가 감동의 도가니로 변해가는 그 날까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거짓과 폭력 앞에서 분노하기는 쉽지만, 그에 맞서 싸우고 죽어가는 진실을 구해내는 일은 어렵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그들이 당당하게 살아내고 경쟁할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아닐까. 더 이상 제2, 제3의 인화학교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와 관심이 시급하다.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여,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우리가 앞장서자. 우리의 작은 사랑과 실천은 고통으로 신음하는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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