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부터 연령회 봉사를 시작했는데 벌써 햇수로 20년이 됐다. 큰 딸이 언젠가 “나도 엄마처럼 이 다음에 연령회 해야지!” 하는 말을 했었다. 만일 큰딸까지 연령회 봉사를 하게 된다면 우리는 3대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왜냐면 친정어머니도 시골에서 연령회장을 하시면서 20년도 넘게 봉사를 하시다가 대녀에게 직책을 넘기셨기 때문이다.
연령회 활동이 때로는 너무 힘들어 ‘나 아니래도 굴러가겠지’하고 꾀를 부려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부터는 정말 쉬어야지’하는 생각을 할 때면, 길에서나 성당에서 만난 사람들이 들려주는 말에 연령회를 그만 두겠다는 생각을 접은 것도 몇 차례였던가.
“제 가정에 큰 변화를 갖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천주교인이었는데 불교 집안으로 시집가서 냉담하고 살았는데 시아버지가 위독하실 때 이웃 천주교인의 설득으로 대세를 받고 돌아가시자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치른 후 가족들이 모두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무 바람도 없이 묵묵히 봉사하시는 그 모습을 보고 온가족뿐만 아니라 형제들과 일가친척들까지도 입교를 해 성당에서 봉사하면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랫동안 선종봉사를 한 이들이라면 몇 번은 들었음직한 이런 말이 더 많이 봉사하라고 주님께서 깨우쳐주시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힘들 때마다 하느님께서 많은 사람들을 통하여 나에게 용기를 주시어 지금까지 연령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껏 연령회에서 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 그만큼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나 혼자만의 노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식구들이 투덜거리며 힘들게 했다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선종봉사를 할 수 있었겠는가! 온가족이 정신적으로 육신적으로 희생을 하면서 협조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자다가도 일어나 나가고 추석에 송편을 빚다가도, 명절에 만두를 빚다가도 일어서야 했으며, 어떤 경우에는 설날 아침부터 시신을 수습하고 염하고 입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족들과 놀러가기로 약속하고도 초상이 나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고 시어머니 제삿날도 참석 못하고 나간 일이며, 꼭두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귀가하던 일 등.
어려운 봉사를 한다고 나를 천사와 같다고 말하지만 정작 천사는 우리 가족들이라고 생각한다. 주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지냈는데도 수고한다며 위로해주는 우리 가족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연령회 봉사를 할 수 있었겠는가 싶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내가 생전에 지은 죄에 대한 보속을 살아있는 동안에 모두 마치고 죽는 것이다. 또한 나는 지금까지 수습한 수많은 죽은 이들의 모습에 역겨워 해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내 모습이 보기에 흉하고 험하더라도 나를 수습하는 이들이 역겨워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있다면 평안한 모습으로 죽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미소 지은 최후의 모습은 가장 큰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그런 아름다운 모습으로 죽는 은총을 받고 싶다. 그리고 내가 죽은 후 장례식장이 보잘 것 없는 곳이더라도 교우들이 많이 와서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듯하다.
평소에도 하느님께 기도 드리고는 있으나 만일 주일이나 대축일로 인해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못하게 된다면, 하루를 늦춰서라도 성체가 모셔져 있는 성전 감실 앞에서 마지막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해달라고 자녀들에게 부탁할 생각이다.
내가 생존해있는 동안 내 영혼이 성장한 곳이 성당이며 성당은 세상에 있는 천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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